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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질을 못하면 왠지 위축된다. 실제로 어르신들은 젓가락질을 이상하게 하면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나도 벌써 꼰대가 된 것인지 너무 희한하게 젓가락질을 하는 경우는 좀 답답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가정교육이나 그런 문제는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사람이 전통 있는 가문의 미국 사람이면 어쩌나. 다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 속에서 사람들은 사는 것이다. 내 눈에 낀 필터로만 세상을 바라보면 안 된다.

그럼에도, 한국사람이면 왠지 젓가락질을 잘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든다. 나도 스스로 젓가락질을 잘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가정교육, 허세가 아니고 그냥 기능적인 측면에서 말이다. 젓가락질을 잘하면 무수히 많은 미세 근육을 자유자재로 잘 쓴다는 뜻이고 이건 두뇌회전에도 좋다. 그리고 일단 콩이든 도토리묵이든 확실히 잘 잡힌다. 또 이건 사실 또 약간의 요령이다. 사실 고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금방 다들 고친다고 한다. 이게 참 묘하다.

다들 '잘 안된다', '잘 못한다'고 하지만, 젓가락질 문제는 분명히 고치려고 마음만 먹으면 금방 고쳐지는 편이라고 한다. 그냥 그 마음먹기 따름이다. 오죽하면 내가 취업준비생일 때 젓가락질 고치기가 작은 미션 중에 하나였던 적도 있다. 그 숨은 목적은 단순한 젓가락질은 물론 아니었다. '이렇게 간단한 것조차 바꿔나가지 못하면 다른 큰 일도 할 수 없다'는 진취적인 목적이 담긴 미션이었다. 그 작은 습관 하나를 바꾸는 게 삶의 태도를 바꾸는 이정표라고 교수님은 생각했던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쓸데없이 또 파고들어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나라에선 가끔 '문화, 전통'이라고 떠받드는 것이 사실은 근래에 생긴 것이라는 것이다. 천년 가문을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고유한 핵심가치같이 느껴지지만 사실은 문화, 생활환경, 식습관 등에 맞춰진 근래의 생활습관 정도였다는 것.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냐는 어떤 그룹의 노래처럼 젓가락질 그까짓 거 대~충 해도 된다~하는 느낌에 다시 또 탄력을 받는다.

 

근데 첫가락질을 잘하면 밥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많이 먹을 수는 있을 것 같다...

 

이와중에 나는 젓가락질을 잘하느냐?. 잘 모르겠다. 그렇게 젓가락질을 중요시하면서 관련 영상이나 자료는 별로 없다. 그냥 저냥 잘 집어먹으면 되지 않겠느냐 주의이긴하다. 남편도 본인이 못한다고는 하지만 직장에서 보는 다양한 케이스에 비하면 별로 못하는 편도 아니다.

젓가락질에 관심이 항상 있어서 식당에서 밥을 먹을때 젓가락질 보는 편이기도 하다. 강조하지만 내가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남이 못해서 그걸 보는게 재밌다는 뜻이 아니다.(나도 못함) 우리 회사는 외국사람도 많고 교포도 매우 많아서, 각각의 스타일이 있을 뿐이다.  젓가락질 하나로 가정교육이나 습관을 내가 어떤 특정 생각을 가질 자격조차 없고 정말 무의미하다. 그냥 보는 것이다. 약간 성격이 오히려 드러난다. 이건 재밌다. 털털한 느낌, 새침하고 욕심있는 느낌, 이런 것들이다. 마치 영국에서 홍차 마실때 MIF(밀크인 퍼스트-우유먼저 넣고 그 다음에 차를 넣는)파냐 TIF(티인퍼스트-아까와 반대)파냐 같은 개개인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대목같이도 느껴지는 포인트같아서 재미있다. 참고로 나는 TIF파.

젓가락질 잘하든 못하든, 그것보다는 골고루 잘 섭취하면서 즐겁게 식사하는게 오조억배 중요하다! 오늘도 열심히 젓가락질하면서 밥을 야무지게 다 먹어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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