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영어는 마치 '비싼 영어 유치원이나 영어 학원에 보내지 않고도 아이가 영어를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학습방법'을 뜻하는 것처럼 생각됐다. 그런데 엄마표 영어랍시고 연구를 해보니 이건 오히려 영어학원에 보내는게 더 간단하게 생각될 정도로 너무 힘든 과정이다. 교육이라는게 원래 그렇듯 좀 더 궁극적인 목표를 정확히 세워야 했고, 그 목표에 접근하는 방법이 너무나 다양하게 발생했던 것이다.
영어를 어떻게 습득해야할지부터,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지, 어떤 방법이 아이와 가장 잘 맞는지, 어떤 스킬부터 가르치는게 좋을지 하나부터 열까지 중대결정사항 뿐이다. 머리아프다. 겨우 찾아보고 처음에 꽂힌건 일단 영어책 육아방법이다. 그런데 해보니 나와 아이의 생활 패턴상 잘 맞진 않았고 아이가 오히려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영상으로 넘어갔다. 노부영와 옥스포드리더스니 뭐니 이런게 유플러스에 잘 돼있더라. 그런데 또 이것도 거부감이 있는지 자꾸 '한글로 틀어줘'라고 한다. 영어에 절대 부담감을 주지 말아야겠다는 원칙상 나는 바로 그만뒀고 그냥 생활영어로 돌아섰다.
그냥 평소에 영어로 습관처럼 말하는것, 노래 부르는것. 이게 내가 하고 있는 엄마표 영어의 전부다. 그런데 이전에 했던 방법들보다는 확실히 아이와 잘 맞는다. '우리 아이는 다 천재'라는 도치맘 설에 따라 콩깍지는 감안하고 들어주시길 바란다.(누가 본다면) 아들은 이미 굉장히 어렸을때 트윙클 트윙클 리를스타를 완곡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글을 다 읽고 쓸 수 있다. 여기서 착안했다. '언어 머리가 아예 없는건 아닌가 부다'. 이건 엄마의 의욕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 딱 그것 정도지만. 어쨌든 엄마가 일단 의욕 만땅인 상태에서 신나게 노래를 불러 제낀다. 그래서 최근에 머리어깨무릎, 잇찌빗찌 스파이더는 금방 습득했다. 그 이전에 BTS 의 메이킷롸잇은 영어부분을 흥얼흥얼 잘 따라했다. 그리고 겨울왕국 시즌을 맞이해 두유워너빌더스노우맨 아주 앞부분(안나가 제일 어렸을때 불렀던 부분)을 다 부를 수 있다. 약간 뭉개는 곳도 물론 있긴하지만.
노래 몇소절 따라하는게 영어를 잘한는건 절대 아니다. 겨우 몇 개 겨우 몇 소절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하는건, 우리 아이는 어쨌든 노래를 부르면서 이렇게 접근하는게 제일 잘 맞는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절대 아이에게 영어를 강요하면 안된다는 것과 미리 지쳐 떨어지는게 최악의 학습방법이라는 체감이다. 그냥 생활처럼 말하기로 스스로 다짐했다. 원래 네이버 블로그를 주로 썼고, 거기에 엄마표영어랍시고 폴더를 만들며 의욕적으로 기록하려고 했다. 그러다 주객전도되는 상황은 최악의 상황으로 간주하고 '가시적 성과가 1년간은 없을 방법'으로 그냥 이렇게 중간중간 기록만 해보려고 한다. 나중에 아이에게 선물같이 줄 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