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7 - [분류 전체보기] - 지역주택조합사업(지주택)이란 무엇인가
지난번 지주택 글을 야심차게 써보고 난 이후, 더 흥미로운 리모델링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내가 사는 이 영통이란 곳은 탄생 당시 매우 핫했다. 수원은 수원성에 버금가는 고풍(=이라 말하고 자연적인 노후라고 읽는다)적인 이미지가 아마 대세였을텐데 그 와중 동쪽 끝에 영통이라는 곳이 생겼다. 그때는 영통'구'도 아니었고 영통지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통 지구단위계획에 따른 지구였을 것 같다. 그 핫했던 신도시가 이제 구축 중의 구축이 된 시점이다. 이제 나는 이곳이 성숙될만큼 성숙이 됐고 다른 호재를 느끼지 못했다. 초, 중, 고등학교를 여기서 보냈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기까지 23년을 여기서 살면서도 '영통은 인프라가 좋아서 값이 떨어질 일은 없겠지만 딱히 오르지도 않을것같다.'가 지배적이었다. 나는 이곳이 제 2의 고향이지만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영통은 이제 진정한 '구축단지'였다.
(갑자기 영통의 실거주 역사가 두 문단 이어지니, 리모델링 글을 기대하신 분은 너그러이 두 문단 스킵 부탁드립니다) 그러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망포가 터졌다. 미분양이 났다던 단지가 영통 대장으로 우뚝 섰다. 그때까지도 나는 현실을 몰랐다. 20년 넘게 살아보니 그 위치는 인프라가 안좋다. 그 대장 아파트보다 더 역에 가까운 망포역 최고역세권에서도 살아봤지만 서울가기 녹록치 않았다. 다시 영통으로 왔을 정도다. 결혼 직전까지 살았던 그 곳의 인프라가 나는 나쁘진 않지만 좋을것도 없는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바로 가치와 가격의 차이. 내가 그렇게 느낀다 한들 시장에선 아무런 소용이 없다. 역세권, 신축, 영통생활권 하나로 대장 등극. 영통에선 신축을 원하는 거였고, 서울은 개뿔 그냥 신축이 짱이다! 그만큼 영통이 늙어갔겠지. 나는 그걸 받아들였다.(받아들여서 뭐 어쩔건데)
그렇게 영통 1~9단지는 침체된 듯 보였다. 지난번 전세 계약할때는 거의 매매가가 바닥을 쳐서 역전세 삘이 났다. 당장 내 보증금을 돌려받지를 못헀던게 생생히 기억난다. 진짜 조금만 보태면 집을 살 수 있을 정도였기도 하다. 겨우 보증금을 돌려받고 큰 평수로 이사하고 1년이 지나니 드디어 이 지옥의 폭등장이 시작됐다.(2020년 상반기쯤) 순식간에 이 집은 2억 정도 올랐다. 그리고 재밌는건(?) 이 집 주인은 그 사이(폭등장 전에) 집을 팔았었는데 왜 그때 내가 그걸 사지 못했는지 너무 아쉬우면서도, 사실 그런 기회가 있었다고 한들 우리는 그당시 이런 폭등장을 상상도 못했을 뿐더러 이 구축 아파트를 그 돈 주고 사느니 신축 분양을 받을 의지도 확고했다. 영통이 구축이 되면서, 오히려 초초초구축 단지들이 개재발이 진행이 되는 바람에 핫이슈 간판 역할을 재개발 단지로 넘겨주는 양상이었다가 갑자기 수원 전체가 같이 뛰면서 영통이 다시 한번 흥분의 도가니가 됐다. 그런데 재건축을 할 연차는 아직 아니었다. 성숙기에서 침체기로 가는 길인 줄 알았더니 다시한번 상승을 노려볼 여건이 모두 갖춰졌다. 이때 선책할 수 있는 최고의 대안이 바로 리모델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오해된 구 대장 아파트들이 들썩거렸다.
정리하자면, 영통이 핫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주차장 연결도 안된(연결된 곳도 있긴하다) 구축 아파트라는 족쇄같은 단점을 극복하고 수원의 간판이 다시 되기 위해선(아무도 수원이 간판이라고 한 적이 없고 나만 영통부심이 있었나? 전세인데...ㅋㅋ) 뭔가를 해야한다. 그게 바로 리모델링!이 아닐까 싶다. 폭등장을 맞이하며 전세든 매매든 씨가 말라버린 이 분위기 좋을때 사업성은 커지기 마련이다. 아래 기사에 나온대로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속속들이 등장한다. 영통 더블역세권(망포역과 영통역이 다 가까움) 단지일수록 핫했다. 대부분 영통에 살던 분들은 영통을 떠날 이유가 전혀 없지만 너무 낡아서 신축으로 가려고 가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가보다는 전세도 엄청 많다. 그런 집주인에게 리모델링은 분명 큰 기회가 맞을 것 같다.
https://mk.co.kr/news/realestate/view/2020/03/273316/
먼저 언급했던 지주택사업처럼 리모델링도 주택법에 의한 개발 사업중 하나다. 오래된 아파트를 골격만 남겨두고 싹 리모델링 하게 된다. 영통이라는 인프라는 유지하고 아파트만 새단장 하면 너무너무 좋을 것이다. 대부분의 영통 단지가 아파트 주차장은 연결하려고 하는 것 같고 외관도 정돈하고 스트릿 상가도 계획하는 것 같다. 여기저기 시행사들이 붙고 현수막도 많이 보였다. 시행사 입장에선 공사비를 받고 빠지면 되는 것이기에 사업성이 있을지 없을지는 결국 주민들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건축도 마찬가지 논리다. 시행사나 시공사나 중간에 공사비를 책정하면 그것만 먹고 빠지면 그만이다. 사업 후에 완성될 부동산의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 사업이 완성된 후 가격에서 공사비를 뺐을때 종전가격보다 높아지면 성공이지만, 부동산 가격의 예측은 쉽지 않다. 그래서 전체적인 상승장인 이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다만 아파트 리모델링은 리스크가 있다. 재건축조차 용적률 면에서 확고한 사업성이 없으면 추진을 못하게 된다. 용적률을 후에 확 높여서 그 차이가 커야 추가 분양분 등으로 사업성을 지켜낼 수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극적인 사업성이 보장되진 않는다. 수직 증축 리모델링이라고 해도 용적률이 이미 높은 단지는 사업성이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 사실 리모델링은 사업을 완수하기 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영통은 어쨌든 향후 몇년간은 상승장을 기대하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리스크는 있겠지만 실거주 입장에서 보더라도 좀 고치면 훨씬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긴 한다.
13살에 영통으로 이사와서 친정집은 이사갔으나 신혼집을 여기서 다시 차리는 바람에 23년간 살아온 무주택자 1인은, 영통이 발전하고 성숙되고 나이들어 가는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다시 깨어나는 이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할 뿐이다. 아무것도 모를때는 그저 마냥 좋았다. 실제로 폭등장이 일어날때 그때 당시는 부동산에 관심이 없었다. 어느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것을 느꼈을때 부동산에 가보니 모든 것은 씨가 말라있었다. (ㅋㅋ에라 모르겠다 이제) 현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행복도가 달라지는 것도 느꼈다. 집이 있든 없든 그저 이정도로 큰 문제 없이 살면 어느순간 내집도 마련하고 하지 않을까 태평했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두세 달 전이다. 폭등이 있었으나 체감하지 못했을때다. 그러다 문득 그걸 인정했다. 그동안은 모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이걸 소재로 포스팅까지 하다니 많이 발전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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