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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가 아닙니다. 녹차입니다. 뜨거운 물에 양보하세요.

우와 현대카드 대단하다. 멋지다. 디자인 일관성 정말 한결같고 엣지있다. 이런 녹차가 있을 줄을 몰랐다. 재밌어서 너무너무 먹고싶다. 그저 찻잎이 조금 들은 보성녹차인데, 무슨 맛일지 대략 알겠는데 너무나 궁금하다. 디자인이 주는 효과가 정말 어마어마하다는걸 느꼈다. 내용물은 그대로고 포장만 바뀌었을뿐인데. 신기한 사람의 심리. 포장을 얼마나 그럴싸하게 했는지가 물건 자체를 바꿔버리는 것 같다. 디자인의 힘이란게 이런건가.

나는 디자인 관련된 부서에 속해있다. 디자인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끝도 없이 강조해야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단순 노동에 불과한 것 같다. 큰 그림을 보기 전에 당장 퇴근을 보존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다. 예전같으면 열정을 지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퇴근 이후의 일과를 의미하는건 아니다. 너무 잡다한 일을 많이하는데 거기다 빅픽쳐까지 그려야하고 혁신적이어야한다.  그러면서도 기존 업무를 놓치면 안된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싶다.

암튼 내년엔 좀 더 희망이 가득차서 머릿속에서 영감이 팍팍 떠오르길 바란다. 지금으로선 당장의 세금계산서 발행 때문에 도대체 아무것도 못하겠다. 뭘 할라고 하면 돈 문제, 뭘 할라고 하면 서류준비. 난 지쳤어.

디자인이 세상을 바꾸기 전에 업무가 나를 바꿨다. 나는 원래 이리 회사에 염세적이지 않았다고. 이제는 육성으로 쌍욕이 나갈까 두려운 정도다. 빅픽쳐고 뭐고 내가 퇴근을 못하면 우리애기 누가보나. 그리고 빅픽처가 세상을 바꿔서 어떤 세상을 만들것인가. 아이 키우기 좋고 모두가 행복한 나라 아닐까. 선순환을 생각하면 역시 내가 퇴근에 집착하는것도 당연하다. 그럼 퇴근 전에 일을 할 수 있게 해야하는 것 아닐까.

수익을 생각하면 길은 있다. 젊은 직원들끼리도 재밌게 회의를 하고 있다. 비용도 별로 크지도 않다. 해보고 안되면 빠지기 쉽다. 그리고 끊임없이 그런 '배'를 띄워서 살아나갈 구멍을 만들어야한다. 그러나 회사차원에선 매출이 중요한거겠지. 매출 맞추기에 급급하고, 매출압박이 오기에 급급한 상황인게 이해가 되고, 그러기에 하루하루 퇴보적인 일을 하게 되고, 그런 일들이 많아지니 심하게 말하면 '일을 벌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쓰다보니 겁내 염세.

어쨌든, 나는 부서는 참 좋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나. 일이 좋고 사람이 좋은데 무엇이 문제냐. 구조적인 문제다. 디자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면 뭐하나. 당장 비용을 자체적으로 만들어야하는데 어디서 돈이 나오나. 그래도 밀고 나가면 승산있다고 말해주거나 이끌어줄 빅픽쳐맨은 어디서 사는건가. 태어나긴 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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