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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을 좋아한다. 좋아했었다가,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잊었다가, 다시 좋아함을 깨닫게 됐다. 나의 느낌과 감정들을 보여줄 수 있고 나만의 스타일을 나타낼수 있고 내가 담고 싶은걸 자유롭게 담을 수 있다.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 거창한걸 다 떠나서 그냥 재밌는것같다. 연필로 쓱쓱 그려서 뭔가 근사한걸 보여줄때의 쾌감이 있다. 오랜만에 연필을 잡았더니 생각만큼 쓱쓱 그려지진 않았다. 고민됐다. 그러다 생각을 고쳐먹었다. 잘그려야 그림을 그리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항상 뭔가 잘해야 하는거라는 강박관념이 있던것 같다 나는. 그래서 발로그린것 같은 그림을 인스타에 올리고는 희열을 느꼈다. 누가봐도 잘그린게 아닌 그림을 올려놓고 '나 그림 엄청 못그려요'라고 용기있게 커밍아웃한 느낌이다. 특별히 잘하는건 없었지만 애매하게 잘하는것 같은 분야가 많아서 매번 뭘 할때마다 그럭저럭 칭찬을 받아왔기에 칭찬에 집착하게 됐던게 아닐까 지금에서야 그런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어렸을때 대부분의 취미는 '특별히 잘하지 못해서 그만둔'경우가 많다. 그 재주로 대학을 갈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생활에 쓸모도 없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일상에 취미를 찾다보니 돌아서 돌아서 온 곳이 그림과 요리다. 내가 중학교때 꽂혀서 요리고등학교랑 애니고등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을때(사실 상당히 피상적이긴 했다) 그 말을 흘려듣지 않고 기특하게 생각해주시고 상담까지 갔던 엄마에게 감사하다.

암튼 드로잉은 내가 꼭 잘하지 않아도 취미로 하기에는 딱 좋은 취미인것같다. 이젠 감도 없고 기술도없고 그릴 시간도 사실 없지만, 아 그렇구나. 시간이 없구나. 기승전절망. 뭐 시간내서 그려보지 뭐. 아주 작은 그림이라도. 기승전의기소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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