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영어를 하다가 셀프영어가 된 시점. 코로나로 공부를 할 수 없는게 너무 스트레스였다가 돌파구를 찾은건 생뚱맞게 영어쉐도잉이다. 아이는 하루종일 내가 필요하다. 요리불능자라 뭐 조그만 반찬 하나 하면 하루종일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느낌도 든다. 나만의 시간은 없다. 아이를 재우고 난 딱 지금이 오로지 나의 시간이다. 아이는 말을 잘 안듣고(5살 남자아이) 남편은 긍정주의자거나 아니면 말해뭐해 고민해뭐해 극사실주의거나 둘 중 하나라, 일상이 100분토론인 나의 이 대화 욕구는 오로지 티스토리만이 해결한다.
어쨌든 애를 재우고 나면 자기 직전까지 풀가동하는 내 뇌를 어떻게든 돌리고 싶은 마음에 어느날 또 유튜브를 보다가 발견한 채널이 있다. 딱 내가 원하던 완벽한 쉐도잉 콘텐츠. '양킹'이라는 분의 채널이다. 이분은 SKY를 나오고 서울 한복판에서 신입사원을 하면서 누가봐도 엘리트 코스를 밟고 살다가 어느날 뭔가를 느끼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살아왔다고 한다. 그러다 영어를 하게 됐고 쉐도잉을 통해 자신이 변하는 모습을 그대로 기록했고, 명문대를 나왔음에도 영어를 못했던 자신이 변화하는 그 모습을 정말 성실하고 진실되게 영상에 그대로 담았다. 나는 이 분을 실제로 수개월 전에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긴 봤었다. 영상을 보면 뒤에 영어공부 누적시간을 적고 성실하게 쉐도잉을 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말을 따라해보고, 딕테이션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어느날은 무작정 호주(?)로 떠나더라. 가서 진짜 그냥 옆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더라. 와 이 사람은 진짜 멋진 사람이구나. 이 사람의 인성이나 뭐나 하나도 모르겠지만 그 수 개월동안 이렇게 하나를 열심히 해서 뭔가를 이뤄내는 구나 하고 리스펙트하면서 구독을 했다. 그렇게 수개월이 지나고 보니 획기적인 영어 콘텐츠가 딱!나와있다. 그동안 쉐도잉을 '뭘 해야할지'난감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대부분 미드 프렌즈로 하는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쓰는 살아있는 표현이 많아서일 것이다. 그런 맥락으로 양킹님은 아예 교포(로 추정되는) 원어민을 섭외해 진짜 일반적인 사람의 실생활과 싱크로율 90%에 이르는 상황극을 쉐도잉 용으로 제작한 것이다.
나는 이걸 매일 듣고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 하나면 충분하다. 한쪽에만 꽂고 그냥 아이랑 같이 논다. 집중해서 듣지 않아도 좋다. 그냥 흘려서 듣는다. 이 엄청난 누적량의 흘려듣기를 부담없이 즐기고 있다. 그 쉐도잉용 영상의 주인공은 '그레이스'다. 그레이스는 마치 시청자와 대화를 나누듯, 그리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일반적인 상황속에서 할만한 대화들을 아주 핵심적으로 자연스럽게 쏟아내준다. 발음이나 억양도 굉장히 밝고 명확해서 듣기 너무 편하고 좋다. 나도 예전에 쉐도잉을 할때 중점을 뒀던게 실생활 대화와의 유사함이었고 그랬기에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대부분 여자들이 나왔던 '아메리카 넥스트 탑 모델'을 미친듯이 봤다. 여자들의 그 쓰잘데기 없어보이나 밝고 기분좋고 에너지 넘치는 수다들이 귀에 쏙쏙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완벽하다. 그레이스의 영상 세 개를 골라서 매일 최소한 한번씩은 듣고 있다. 그냥 모든 대사가 외워질때까지(외우는게 아니라는게 포인트) 여유있게 듣기만 할 예정이다. 나는 이 누적되는 '듣기'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이가 언젠가 어린이집에 가게 되면 빠르게 한번 집중해서 듣기를 몇번하고 모두 받아쓰기를 할 것이다. 케바케, 사바사겠지만 일단 나는 이방법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이런 확신의 근거는 나의 과거 성취경험이다. 나는 놀라운 경험을 한번 한 적이 있다. 지금은 매우 퇴화한 오리지널 한국어 네이티브 펄슨이지만 나는 이 영어를 살려서 나중에 뭘 하든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영어를 할 때는 내가 허세인지 몰라도 내가 좀 더 오픈마인드가 되는 것 같고 긍정적인 자아분열을 느낀다. 두가지로 생각을 할 수있게 되고 머리도 좀 더 공간이 넓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에게 좀 더 자연스럽게 영어를 가르쳐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인생의 슬럼프 시기를 겪고 있다. 당장 뭘 해야하는건 아니더라도 나는 정말 의욕이 바닥끝까지 내려가고 있다. 여기가 바닥인가 싶으면 저 밑에 더 낭떠러지가 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하지 모르겠다. 유튜브에서 매일 동기부여 영상을 보거나 여러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위안와 용기를 억지로 얻어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뭔가를 해보려고 해도 일단 코로나때문에 아이와 매일 놀기에도 이미 체력과 정신력은 바닥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할 수 없다. 거기에 사로잡혀 있고 뭘 해도 잘 되는게 없어서 깊은 패배주의에 빠져있다. 내마음이 온통 패배주의에 사로잡힌 걸 알고 있지만 헤엄쳐나올 의지도 의향도 없다. 그냥 혼자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 기분이다. 공부해야 하는데 공부가 안되니 스트레스 받아서 또 스트레스 때문에 공부가 안된다. 미치겠다. 요리마저 못하니 요리공포증까지 생겨서 계속 테이크 아웃만 한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아이음식만 겨우 해내고 나는 매일 진라면을 먹는다. 입맛도 없으니 먹고싶은걸 생각하는게 머리아프다. 헤어나와야지 헤어나와야지 하면서 그게 안된다. 나는 완전한 패배자고 빠져나올 수 없을것같다.
그래서 머리를 돌리기 위해 마중물이 필요하다. 아이를 위해서도 정신을 차려야지 싶다. 그때 짜잔 하고 발견한 양킹님 채널이 동기부여가 됐다. 영어 그까짓게 뭐라고 영어했다고 자신감이 생기겠나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영어 자체보다는 작은 성취감을 맛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이해한 바로는, 양킹님도 딱 그랬던 것 같다. 영어가 하나의 매개체였던 것 같다. 거기에 나도 공감했다. 아마 나도 해봤자 하루에 끽해야 30분 정도일 것이다. 영상 3개 보는데에는 20분도 안걸릴 것이고 말이다. 단지 이 영어라는 매개체로 조금 생기와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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