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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이게 생각난지는 모르겠다. 오늘 상사들이 다 없는 '어린이날'이자 부서에 아무도 없었다. 가끔 이런 자유가 좋다. 아무일도 안하고 싶었으나 약간의 인수인계자료와 입찰서류 준비를 했다. 그리고 뭘 먹을까 생각했다. 좀 일찍 나가도, 좀 늦게 들어가도 괜찮은 날이다.

입사하고 일명 '허니문기간'을 지날땐 동기들과 광화문을 누비고 다녔다. 기조실장님은 엄격했지만 선배와 함께 광화문을 많이 알게 해주셨다. 점심시간은 한시간반이었기에 정말 이곳저곳 알게됐다. 그리고 또 실장님이 바뀌고, 회사 사옥이 이전했다. 혼자서 뭘 또 맛있게 먹을까 처음엔 회사주변을 찾다가 뭐에 홀린듯 결국 차를 타고 나왔다.

그렇게 급 얼큰한게 생각나서 좌표로 정한 화목순대국. 얼큰하고 내장스러운게 많이 들어간 곳이다. 한번 다시가보고 싶은 곳으로 떠올랐다. 당분간 내가 굳이 여기 올 수 없을것같아서다. 그리고 이곳은 정말 특이한 분위기가 있다. 광화문 사거리 반복판에서 아주 살짝만 뒷골목으로 가면 차마 재개발을 아직 하지 못한것같은 옛 서울스러움이 물씬 느껴지는 골목이 있는데 이곳에 맛집이 엄청 많다. 옛날 서울집 같은 곳이 특히 신기하다. 그중 뭔가 평범함의 대표주자 순대국, 알고 있어야만 찾아갈 수 있는 이곳.

그나저나 잠시 딴얘기를 하자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왜 꼭 내 뒤에 있는 사람은 내 옆보다 앞쪽에서 대기하는걸까. 내가 추월하고 싶게 생겼나. 꼭 버스탈때 아주머니들이 그런다. (아줌마비하아님. 나도 아줌마임.) 줄 라인 못타나요? 라인 꼭 그어줘야돼? 아 왠지 직장인 점심 먹을때는 쫙쫙 씹을거리가 있으면 왠지 더 찰지게 먹힌다. 줄이 길어 이걸 다쓰니까 순위권에 진입한다. 이제 전투력을 끌어올린다. 그래도 난 그런게 없는 평화라이프를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여긴 이게 들어갔었구나. 난 이런게 좋다. 첫 숟갈 뜰 때 약간 비린맛이 한대 살짝 치고 가긴한다. 심하진 않고 진짜 정겨운 느낌 정도다. 맵지 않다. 매워보이지만 완전 기본적인 매콤한정도다. 밥은 기본적은 말아서 나온다. 순대도 맛있다. 그래 이런 맛. 맞다. 이런거였어.

뭐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굳이 내가 광화문점심으로 이게 생각났다는건 엄청난것같다. 맛 자체 보다도 뭔가 매력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시간속의 나는 정말 즐거웠다. 나중에 그리울 곳은 지금 내가 앉은 이 사무실일 것이고 지금 그리운 곳은 이 광화문이다. 고시공부 접고 취업한다고 정신차렸다가, 운이좋게 공채로 언론사에 들어와 여기서 결혼도하고 아이도 키우면서 잘 살았다. 앞으로는 또 다른 곳에서 일할 것이다. 그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업계 특성상 광화문은 아닐것같다. 그래서 광화문을 다시 눈에 새겨본다. 생각보다는 많이 안변한 이곳에서 힘 많이 얻어본다. 고향집도 아닌데 고향급도 아닌데 괜히 그리울것이다.

지금까지 내 인생 중 가장 팽창했던 시절, 성취감 있던 시절, 동기들과 깔깔거리고 이곳저곳 나다니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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