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도 해보고, 현실부정에 몸서리도 쳐보고, 우울해보기도 하고, 스스로 가혹하게 해보기도 하고, 모든걸 놔보기도 하고, 술도 진탕 마셔보고 할 거 다했다. 이런 내 모습이, 항상 응원해주고 무심한듯 세심히 지지해주는 남편한테 알려지기 창피하고 미안하고 죄책감 들었었다. 보기가 부끄러웠다. 술만 마시고.
나는 우울했다. 지금도 여전히 답 체크를 안해서 시간을 허비하는 꼴이라 해도 나는 멘탈이 무너졌다. 그냥 그런 상황인 것 자체가 나 스스로 비참하다. 치욕을 아직도 떨칠 수가 없다. '넌 이제 멍청한 여자야. 그렇네 10년해도 되겠어?' 라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 기억안나는 기분나쁜 악몽도 매일 꿨다. 최근 기억나는건 내가 대치동에 전학간 꿈. 망망대해. 멍청하고 어리석고 더떨어져서 이제 직장도 없고 어쩌냐? 이 생각만 수억번을 반복한 것 같다.
그냥 달만 보면 눈물이 나고, 맨날 뭐먹을지 고민만 하고(뭘 맛있는걸 먹어야 맥주도 먹고 소주도 먹고 할 수 있으니) 한동안 나사 좀 풀었었다. 달 사진 열심히 찍고 ㅋㅋ그나마 아들이 있어서 아들만 보면 급빵긋 했다.
그와중에도 책을 깨작깨작 보긴 했지만 이제 슬슬 좀 달려보자. 합격수기랑 기타 자료들, 방향성 설정 어느정도 했다. 좀 추스리고 몸도 마음도 가꾸자. 말로는 40살 이전이면 만족한다고 했잖아. 근데 나는 내가 똑똑한줄 아직도 단단한 착각 속에 있었나보다. 난 예전에야 똑똑했지. 지금은 아니야. 그럼에도 멘탈만 잘 잡으면 버틸 수 있다. 확신있는 노력으로 가자. 내가 길을 얼만큼의 속도와 체력으로 가야할진 가늠이 안되지만, 방향은 알겠다. 예상되는 어려움은 알겠다. 얼마나 아플지는 몰라도 어딜 맞게될지는 알겠다. 이정도
깨닫는 데 3주가 걸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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