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과학 책이 끌린다. 진짜 가볍게 읽을만한 과학 이야기 책이 밀리의서재에 추천으로 뜨길래 살짝 봤다. 여러개의 생활 속 과학 이야기가 있는데 그중 역시 시간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이전에도 잠깐 잠깐 책으로 봤을때, 미래로의 여행은 이론상 가능하다는 얘기는 아주 잘 납득이 됐다. 하지만 그때도 과거로의 여행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많았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나서 총으로 쏜다면 과거의 내가 없어지는데 총을 쏘는 내가 있을 수가 없는 패러독스가 생긴다는 점이다. 그냥 가벼운 교양 수준으로 과학책을 읽는 나도 바로 완전 수긍했다. 그런데 지금보니 이건 다중우주로 생각하면 가능하다. 총으로 쏴서 죽은 나는 이미 다른 우주의 나이고, 총을 쏜 나는 미래의 나고 그 둘의 세계는 완전히 다른 우주라는 것이다. 와 또 머리 아파지기 시작했지만 너무 흥미롭다.
그런데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런 멋지고 있어보이는 듯한 팩트를 알게돼서가 아니라 위의 사진에 있는 문장 때문이다. 미래로의 시간여행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해도 미래로 가봤자 나는 과학에 뒤떨어진 덜떨어진 원숭이가 될 뿐이라고 한 것처럼, 때로운 과학과 팩트보다는 삶 자체에 대한 통찰이 유용하고 필요하다. 이 시간여행 파트에서 처음에 나온 이야기가 '나이가 들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때 그 사람의 젊었을적 시간을 공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런 말로 이 파트를 시작해서 시간여행에 대한 다중우주나 이런것들을 설명하다가, 마지막에 저런 문장이 나온것이다. 그 사람과 젊었을 때의 시간을 공유하지 못하고 그 사람의 젊은 시절을 내가 볼 수는 없지만, 그 사람과 닮은 아이를 통해 나의 과거를 볼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게 진짜 시간여행이라는 점. 뭔가 나는 마무리가 너무 멋지다고 생각한다.
나도 아이를 보면 내 과거가 너무 잘 떠오른다. 아이를 위로할때 나의 어린시절을 위로하는 것 같다. 쑥쓰러움이 많았고 좀 더 자신있게 말하기를 바랐던 부모님은, 그게 100프로 사랑에 의해 나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해도 나는 역시나 좀 쑥쓰러웠다. 그때의 나를 보면서 나는 내 아이에게 항상 '쑥쓰러운것도 괜찮아. 쑥쓰러우면 하지 말자'하고말해주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왜냐면 쑥쓰러워서 뭔가를 제대로 못했던 내 자신이 스스로 좀 맘에 안들었지만 그게 크고 보니 진짜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고 사실을 알려주는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미래에 살아보니, 과거의 그런 아쉬움, 쑥스러움, 쑥쓰러워서 하지 못했던 행동에 대한 후회와 미련같은게 너무 하찮으니 그에 대해 마음쓰지 않아도 된다는 확실한 사실이지 진실을 깨달았다. 혹시 아들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면, 바로 그 감정을 해소해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미래의 내가 어린시절의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혼자 오바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낀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엄마아빠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도 몸소 느끼고 있다. 엄마아빠도 엄마아빠의 생각과 논리로 항상 나를 지켜줬었구나, 잔소리가 이런 뜻이었구나 깊은 사랑을 느낀다. 나는 아들을 통해서 진실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 남편을 꼭 빼닮은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남편의 어린시절을 훔쳐보는 재미도 느끼고, 성격이 나랑 판박이인 아들을 보면서 오늘도 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면서 사랑가득한 하루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잔소리 미안.
어쨌든 팩트를 설명하는 책의 한 챕터의 마무리가 저렇다니 꽤나 낭만적이다. 인상깊은 책 등극.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3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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