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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난다. 요즘 유난히 잠에서 깨지 못하는 애기를 억지로 깨운다. “엄마 회사갈 때 뽀뽀해준댔잖아. 뽀뽀 안해줄꺼야?”라고 세번정도 말하니 입술만 쭉 나온다. 그리고 뽀뽀를 잠결에 하고 뒤로 다이빙해서 물 속으로 들어가는 잠수부처럼 다시 이불을 향해 등을 대며 나 잘래한다.

찡찡대면서 일어나서 엄마랑 할아버지랑 같이 나갈거야하길래 아직 깜깜한 오전이지만 10분만에 준비해서 애를 안고 나간다. 나도 일어난지 몇십분 안돼서 온몸이 쑤시지만 들쳐업고 나간다. 그래야 나도 출근하고 할아버지도 출근하신다. 무엇보다 어린이집에 1빠로 등원하는 아기가 안쓰럽다.

오늘 고민은 어린이집 대기와 시터다. 시터이모는 이사를 가셨기 때문에 2월까지만 맡아주시기로 했다. 돈을 더 드리고라도 계속 함께하고 싶지만 그분도 그분의 사정이 있으니 어쩔 수 없나보다. 정말 너무나 감사한 인연이다. 평생 감사해야지. 처음으로 남의 손에 맡기고 회사를 갔을 때 얼마나 긴장되던지 모른다. 그렇게 일년이 훨씬 넘는 기간동안 한번도 섭섭한 적 없이 너무나 잘 돌봐주셔서 행복했다.

사정이 이리 됐으니 어쨌든 다른 분을 구해야하는 심리적인 압박감, 그리고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 다음에 다닐 어린이집 대기를 걸어야하는데 정보가 없는 상황에 또 이걸 처음부터 다 알아봐야한다는 압박감. 그와중에 나는 업무도 해야하고 내가 또 할 공부도 해야하고. 새해부터 정신없다.

그래도 이만한게 어디냐.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아이에게 못할 이 짓도, 어쨌든 끝이 있고 나는 또 다른 목표가 있기 때문에 힘을 내야한다. 워킹맘으로서보다 그냥 직장인으로서 지금 삶의 장기적인 그림을 그려본다. 답이 안나오지만 그려야 한다. 내 인생의 목표는 뭘 성취하고 그런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금처럼 지내기 위해 필요한걸 지키는 과정의 연속일 뿐이다.

퇴근때가 되면 이제 퇴근을 위한 업무 마무리, 퇴근예측을 해야한다. 업무가 너무 많아서 못끝낼것같은 경우에는 남편한테 연락해서 남편의 퇴근 계획을 알아낸다. 그래야 혹시 더 늦어도 제 시간에 시터이모 보내드리고 애기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매순간이 바쁘다. 그래서 워킹맘은 바쁘다. 그냥 체력적으로 힘든것도 힘든거지만 많은 플랜들을 계속 굴려야 한다.

항상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는 부모님, 그리고 내 화 다 받아주고 먹을것도 많이 사주는 남편, 그리고 떡두꺼비 같은 내새끼. 새해에도 복 많이 받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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