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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큰 민간 어린이집으로 옮길 때 걱정이 많았다. 아이가 수줍음이 많은 스타일이라 여러 사람이 있으면 위축될까 싶었다. 나는 이제 성인이라, 나랑 비슷한 그런 면모는 단점도 장점도 아닌 그냥 일개 특성이고, 그게 내가 편하다는 사실 외엔 아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아직 인격 형성이 안 된 어린이에게는 환경이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다. 어느정도 정상화 된건 6월이 훌쩍 지나서였다. 5월쯤엔 하루이틀 조금씩 보냈다. 3~4시간씩 보냈다. 가뜩이나 수줍음이 많은데, 그만둘 것도 아니면 친구들 얼굴 정도는 알아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렇게 보내는 와중에 이태원발 코로나, 수원 교회발 코로나 계속 빵빵 터져서 일정하게 보내지도 못했다. 그렇게 벌써 7월이 됐다. 지금도 너무 조심스럽고 무섭다. 이 찜통 더위에 너무 힘들지만, 마스크를 쓰고 놀이터에서 열심히 노는 아이들을 보니 그렇게 또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어린이집 바로 앞에는 아파트 놀이터가 있다. 여긴 죠니가 어렸을때도 자주 왔던 곳이다. 그래서 심적으로 좀 좋았다. 죠니가 이 어린이집으로 오는걸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몇 친구들과 잘 놀기도 했다. 근데 나는 이보다 더한 성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죠니가 스스럼 없이 여러 친구들과 대충 막 노는 것. 2020년 제일 획기적인 일이라고 본다. 죠니도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친화력이 올라갔을 수도 있지만, 이 환경이 가속도를 준건 맞다고 본다.

 

하원하고 나오는 아이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놀이터로 향한다. 엄마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를 나눈다. 아이들은 같은반이고 뭐고 그냥 섞여서 논다. 모르는 아이 엄마가 간식이라도 가져오면 아이들이 모인다. 보통 그 분은 거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수량이 되는 한 다 나눠준다. 물론 음식을 줄때는 낱개 포장된 걸로 주고 엄마가 같이 있는 아이들 위주로 허락을 받고 준다. 이게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ㅋㅋ마을 공동체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나는 혼자노는 타입이라 괜히 처음엔 내가 쑥쓰럽고 그랬는데 나도 언젠간 한번 뿌려야겠다. 

 

죠니도 하원하면 당연스럽게 가서 혼자 논다. 그러다 단짝 친구가 금방 나온다. 그러면 그 친구 이름을 부르고 그 친구도 나오자마자 죠니를 부른다. 둘이 단짝인가보다. 둘이 놀다가 또 같은 반 친구가계속 합류한다. 합류했다 빠졌다 합류했다 빠졌다. 이렇게 노는 모습이 너무 좋다. 내가 갖지 못한 모습이어서 더 그렇다. 내가 그 어색함을 알기에 죠니에게 일부러 저 친구랑 가서 놀아봐~ 친구랑 놀자고 해봐~라고 안했다. 그것도 스트레스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 노는게 좋은데 자꾸 누구랑 놀으라고 하는것도 스트레스가 아닌가. 그런데 여기선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게 된다. 그래서 이 어린이집을 택한건 일단 지금까지는 잘한 것 같다. 앞으로도 잘한 선택이었길 간절히 바란다. 항상 아이 관련해서는 이렇게 쓰는것조차 조심스럽다. 괜히 입방정인가 싶기도 하고 나는 세상 모든 걱정을 안고사는 타입니다.

 

그리고 부디 이 코로나 사태에서 아이들이 모두 안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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