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요즘은 내가 힘들어서 그런지 어린이집 보내는 것 말고 딱히 뭘 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리고 뭘 열심히 해주려고 하지 않기로 오히려 결심했다.
엄마표영어에 대해서 특히 그렇다. 엄마표영어를 알아보면 100프로 다 책 소개(상업적 목적이 없는 분도)에 교구가 나온다. 당연히 맨땅에 하는 것보다는 뭔가 있는게 좋겠지만 검색할때마다 미묘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책과 교구라는것이 너무 많아서, 아무리 돈이 많아도 시간상 '선택'을 해야한다. 다 할 순 없다. 그러면 또 하나하나 비교를 해야한다. 그리고 아무리
잘 선택을 한다한들 결과가 정답으로 갈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걸 느낌상 알게됐다.
엄마표 영어가 나온지 20여년이 지났다고 한다. 그런데 극소수의 몇몇 성공하신 분들의 자녀가 책에 등장하는 것 말고는 딱히 사례가 없다. 엄마표영어를 검색하면 수많은 영어활동이 나오고, 작은 아이가 영어로 술술 말을 하는것 같아 괜히 내가 다 위축될 정도다. 관련 커뮤니티도 많다. 그런데 결국 우리가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그 기준에 닿은 아이들은 어디에 있는걸까. 그런 엄마들은 굳이 얘기를 안하는걸까. 수많은 엄마표영어키즈들은 성인이 돼서 다 어떻게 된 걸까.
또 갈피를 잃은 모양새 같긴 해도 중요한 점을 깨달았다. 순리와 빅픽쳐를 잘 봐야한다는 것. 아이가 먼저 한글을 떼버렸지만 잘 교육은 시켜줄 것이다. 7세 이후에 말이다. 정보가 난무하는 가운데에서 팩트와 이론을 최대한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문자교육은 한글이든 영어든 7세 이후에 해야한다. 그전엔 소리만 익숙하게 해준다. 뇌 과학적으로 독서행위란 것은 7세가 돼야한다. 그전의 문자읽기는 독서가 아니다. 낭독할뿐. 나는 그렇게 믿는다. 또 굳이 다른 아이들처럼 무슨 학습지를 해야하고, 무슨 활동을 해야하고, 어디를 가야하고 그런것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5세 학습지를 알아보거나 5세 학원을 알아보거나 이런저런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선배엄마이자 내 20년지기 친구들도 처음엔 나같은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학교에 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을 안 볼 수가 없다고 한다. 당장 친구랑 놀라면 일단 학원을 가야 친구를 만나기라도 하는 상황이고 말이다. 큰 파도가 올때 파도에 먹히지 말고 파도를 여유있게 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싶다. 흐름을 따르되 그 안에서 서핑보드를 타고 있든 잠수를 하든 나만의 주관과 원칙. 그게 필요하다. 뭘 더 해줄까 하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해야 화를 덜 내고 잘 소통하고 내 생각을 잘 전달하고 그 뜻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할까.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엄마와의 완전한 소통.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한테 얘기하고 의논할 수 있는 심리적상태가 되길.
어제는 진짜 오랜만에 어린이집에 보냈다. 주변 동네에서 저번주 확진자가 나왔던 것이다. 오랜만에 가니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게 보였다. 하원하고 나서 진정한 놀이 2차가 시작된다. 하원하는 족족 놀이터에서 애들이 합류해 신나게 논다. 아들은 모래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비가 와서 그런지 모래가 놀기 좋았다. 약간 습기를 머금었다. 그걸 가지고 5살 애기 둘이 노는데 행동이 크지않고 소박한 아들 옆에 호탕하고 행동이 큰 아이가 놀이를 하다가 자꾸 아들에게 흙이 튀는 것을 봤다. 눈에 들어간듯 일어나서 꿈뻑 거리길래 애미가 호다닥 달려갔다. 예전이라면 나는 우리 아들 성격에 자지러지고 울고 삐져서 나에게 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뒤로도 몇번 또 튀고 머리랑 등과 볼에 흙 비를 맞는데도 친구한테 화내거나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계속 둘이 잘 논다. 친구한테 하지 말라고 얘기했냐고 하니 얘기했는데도 계속 그런단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들이 꼭 의젓하고 담담해서가 아니고, 무슨 일이 닥쳤을때 심적으로 너무 흥분된 상태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그게 너무 좋았다. 이것 말고 또, 친구가 발로 차서 속상해서 선생님께 말할때 울음이 나왔다는데, 선생님께 "선생님 지금 눈물이 나가지고 ㅜ 조금 있다가 그치고 말할게여 ㅜ"하고 말할 수 있어서 기쁘다. 울어도되고 소심해도 되고 활동 안해도되고 다 된다. 그 속에서 본인이 속상함이 적었으면 좋겠다. 나는 울음이 나면 그 울었다는 상태가 또 속상하고 망쳤다는 죄책감까지 드는 편이다. 우는건 마음이 움직이는거라 내가 손쓸수 없다. 다만 울었을때 울수도 있지, 운다음에 하려고 했던 말 하면되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길 바랐다. 아들이 내 마음을 알아준걸까. 다른 사람이 보면 우리 아들이 소심하고 겁이 많고 울고삐지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할 것 같지만 난 그것도 캐릭터로 생각한다. 그저 맘편히 이험한 세상에서 덜 상처받길. 상처받더라도 그럴수도 있겠다 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 힘이 있길. 그렇게 바란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 어려운 사회에서 아이들 모두 별탈없이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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