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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단지 같은 평형대의 전세가가 2.5억이 올랐다. 1.5억 올라서 놀라던 때가 엊그제도 아니고 어제 같은데 말이다. 이젠 2.5억이다. 더 올라갈 기세도 보인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먹히지 않는다면 과연 일반 세입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우리 단지는 학군이 좋아서 전세입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 계약갱신 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었나? 운이 좋게 청약에 당첨됐다 한들 청약도 돈이 있어야 한다. 가만히 있다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서 온 돈을 다 전세금으로 때려붓고 있는데 청약에 당첨돼도 중도금이 40프로밖에 안되니 신용대출까지 끌어야하는 상황이다. 전재산이 전세금인 사람이 많을 텐데 말이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경제 전시상태다. 부동산은 삶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것인데 그 뿌리가 흔들린다. 누군가는 동네를 떠나지 못할 이유가 있는데 그러려면 2.5억을 메꾸기 위해선 대출을 받아야한다. 그런데 대출도 또 맘대로 못하게 해놨다. 그럼 어쩌란건지 모르겠다. 더 외곽으로, 더 외곽으로 빠져나가야 하는것인가. 그럼 외곽으로 가면, 그 외곽에 있던 사람을 또 더 외곽으로 밀려나고 완전 국민 대 이동이다.

 

이번 부동산 정책이 만약 나중에 엄청난 반전으로 정의와 공정 하에 자본주의 질서까지 갖춘다고 하더라도 이 정책은 틀렸다고 본다. 집주인은 세금폭탄, 세입자는 거주 불안에 온국민이 부동산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거주지를 바꾸는 경우가 허다하게 이뤄지고 있다. 수년 후에 시장이 완벽하리라는 보장도 없는데 지금 치르고 있는 희생이 너무 크다. 경제적 자유도 박탈하고 심리적으로도 박탈감이 너무 심하다. 이 국민적 후유증은 어찌할 것인가. 그래서 이번 정책은 틀린 정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내심 그래도 '원칙대로 하면서 나중에 잘 잡히겠지'싶었다. 그러나 속속 드러나는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너무 놀랍다. 정부가 사용하는 통계지표의 본질적 성격부터가 잘못됐다. 정책이 유효하려면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는게 우선인데 이것부터가 틀렸던 것이다. 그리고 서울 물량이 심각히 부족한데 '공급을 확대'한답시고 서울이 아닌 곳에다 집을 잔뜩 지으면 뭐하나. 나도 처음엔 '와 이정도 물량이면 공급 폭탄이겠다'생각했다. 그런데 서울 사는 사람들과 서울에 살고 싶은 사람들이 거길 들어갈까? 도로가 언제뚫릴지도 모르는 서울 외곽에 집을 짓는다고 이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명확해졌다. 그럼 이제 그 수많은 물량을 누가 받는걸까? 공급 자체를 늘리는건 동의하는데 번지수가 잘못됐다. 이젠 진짜 너무 무섭다.

 

물론 정부도 다 사정이 있고 원칙이 있었으리라. 일부러 못살게 하는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이렇다. 그리고 뾰족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불안하고 답답하고 매일매일 부동산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그러면서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가 사상 최대였다고 한다. 대부분 부동산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서 뛰어들은것같다. 나도 이렇게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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