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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 '스트레스'. 뭔가 명확하지 않아 꾀병같아 보일까봐 말하기 애매한 '스트레스', 만병의 원인이라 딱히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그 바로 그것 '스트레스'. 스트레스 안받는 사람이 어딨겠나 싶어서 굳이 생각해본적 없는 스트레스. 눈에 보이는게 아니라 설명할 수 없으면서도 몸을 지배하긴 하나보다. 긍정과(망각으로 인한) 낙관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스트레스성 위경련이라니. 근데 진짜 너무 아프다. 과장보태면 수술하고 배에 힘을 줄 수없어 못일어나는 상황과 비슷하다. 오늘 출근 못할까봐 아침에 놀랐다.

복직1년간 내가 얻은건, 33년만의 첫 위경련이구나. 오늘은 복직한지 1년되는 날이다.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설명하려면 10박 11일도 부족하지만 핵심은 이거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데,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맘 놓고 소리칠수도, 맘놓고 원망할 수도 없기에 꾹 꾹 눌러담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아이를 너무 사랑하고 내가 책임지고 작고 연약한데
당연히 의도한건 아니더라도 나를 힘들게 한다. 최근 이게 너무 쌓여서 몇번 화를 냈다. 나도 내가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하고 나를 놔버렸다. 내가 어떻게 비춰질지 생각할 여력이 없다. 화내고 수많은 시간을 괴로워하고 자책하고, 울면 좀 나아진다길래 펑펑 울어도 보고. 아이에게 상처주기 싫어서 어떻게든 똑부러지게 한다고 아무리 좋은 글을 읽고 책을 읽어도 소용이 없다. 소용이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소리지르고 아우성을 쳐도 아무것도 풀리지 않는다. 난 누구한테 화를 낸 적도 없다. 그런데 내가 이 작은 아이에게, 반항을 할 수없다는 사실을 알고 막 화를 내거나 애써 외면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 화낸 순간의 몇천배에 달하는 죄책감과 후회와 자괴감...이런것들이 힘들다. 겪지 않으면 모른다. 다른 엄마들도 다 힘들겠지.

이와중에 회사일도 한숨만 나온다. 말해 뭐해. 이러한 위의 상황이 최근 급격히 악화됐나보다. 너무 아파서 숨을 쉬고 내쉴때도 약간 통증이 있다. 물을 먹거나 음식을 먹어도 느껴진다. 주말이라고 쉬어본적도 없으니 하루만이라도 푹 쉬었으면 좋겠다. 집으로 출근하러 퇴근하고, 주말에도 육아출근이고 놀러가든 밥을먹든 단 한순간도 그냥 있을수가 없다. 칼퇴 하나 믿고 다니는데 나만 쏙 나오는것에 대한 미안함과, 미안하게 생각하게 하는 이 시스템이 또 좌절감을 느끼게한다. 난 버스시간땜시 칼퇴가 아니면 간발의 차이로 아이를 30분정도 늦게 본단 말이다. 하루에 두시간 보기도 벅찬데 이중 30분을 날려야하니, 요즘같이 일이 바쁠땐 눈치가 극에 달한다. 다들 속으로 욕하겠지. 그리고 슬슬 이거해라 저거해라 판은 벌려지고 아무도 수습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는다.

이렇게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데 살은 1도 안빠지다니 또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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