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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사실 코딩이란 것을 잘 모르겠다. 체감이 되지도 않는다. 그래도 관심을 가지려고 하는건 아들때문이다. 언제나 생각했다. 아들에게 가장 물려줘야 할 것은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라고. 아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을 잘 모을 줄 알아야 할텐데 그러려면 세상에 대한 구조를 이해해야한다.

마치 이런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농업이 주를 이루던 시대에는 농업기술을 알아야 했고 땅을 가져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산업 혁명 후엔 어떤가. 농업기술이 아니라 컴퓨터활용능력이나 영어가 중요했을 것이다. 어렸을때 책장 한쪽에 있던 아버지의 TOEIC교재가 아직도 생각난다. 당시 아버지는 지금도 유명한 대기업의 대리 정도였을 것인데 그때 승진 점수가 400점인가였다고 한다. 지금은 900이 아니면 입사 자체가 힘든 세상이다.

“그런데 말입니다”.(상중 아저씨 빙의), 이제 또 돌아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런 영어 또한 그다지 필요 없는 기술일 수도 있다. 자율주행도 하는 시대에 통역이 무슨 소용일까. 점점 더 사람스러워지는 인공지능들이 통번역 정도(?)는 훌륭히 수행해버리지 않을까 싶다. 나도 현재 영어로 작성해야 하는 메일은 네이버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고 있다.

어쨌든 이렇게 세상이 변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상상도 못할 세계라는 것이 불안하다. 그 격동기에 살아야할 아들에게 엄마로서 해줄 것이 없을까봐 불안하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체화하지 못한 채 가르쳐 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할 것이다. 4차 혁명은 커녕, 3차 산업시대에도 쩌리짱으로 있는 내가 뭘 알겠는가. 영혼을 불사질러 최대한 내가 알아보고 공부하고 도와줘야하는 것 같다. 헬리콥터 부모를 뜻하는게 아니다. 아들도 분명 언젠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할텐데 그때 내가 열린 사고로 조언을 해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러려면 내가 잘 알아야 한다.




어제 놓친 SBS스페셜을 보면서 코딩 교육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오늘 결제해서라도 다시 보고야 말겠다. 그런데 한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본질보다는 파생된 뭔가를 좇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코딩 기술과 응용방안에 대한 통찰은 없고 우리나라는 코딩 그 자체에 집중할 것 같다. 누가누가 더 다양한 코딩을 구현하나, 한정된 시간이 누가 더 많이 코딩을 하냐, 누가누가 더 복잡한 코딩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점수화되어 또다시 성적으로 줄을 서게 될 것이다. 코딩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뒷전일 것 같다. 왠지 그런 느낌이 든다. 실제로 나도 자격증을 알아보기 위해 검색을 하면 십중팔구 학원 광고다. 코딩이 문제가 아니라 코딩이 뜨니까 이게 사업모델인 것이고 이 사업모델로 성공을 하려는 기존 세대의 야망이 담겨있다.

하다못해 나도 현재 회사에서 코딩교육을 기획하려고 준비중이다. 이제 나도 구시대의 아이콘이 돼가려고하고 ‘전 코딩의 코자도 몰라요. 모르는 사람이 누군가를 가르치는게 맞는지 모르겠어요.(직접 가르치는건 아니지만 기획이라는게 그러하다고 생각)”라고 해봤자 돌아오는건 ‘그래도 해야한다’는 내부의 ‘으쌰으쌰’. 내 아들은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다. 차라리 기술을 배우라고 하더라도 과연 어떤 기술을 배워야하는지가 가장 관건이다. 아이가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때, 그 직업에 대해 내가 설명해주고 예상되는 이익과 어려움을 설명해줄 수 있길 기대한다. 그런 멋진 아들의 스승이 되기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돼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해본다. 아들로 인해 내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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