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던 연차를 털어 나름 연말에 배치했었다. 근무일 기준 마지막날은 연차였는데 거의 다 2시쯤은 퇴근하는 분위기라 좀 아깝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래도 왕복 3시간 통근러에게는 왔다갔다 하지 않는 것만 하더라도 황금시간이라는 사실로 위안삼았다.
다행히 아이 아빠가 마지막 주는 쭉 휴가를 낼 수 있었다. 어린이집 방학기간동안 쭉 집에서 지낼 수 있게 된 아들은 한 눈에 봐도 많이 들떠있었다. 항상 애가 '업'돼있다. 이놈의 고질병 '미리 사서 걱정하기'병이 도져서, '이렇게 좋아하는데 다시 개학하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얼릉 집어 넣고 현재를 즐기기로 했다.
아이는 아침에도 매우 푹 자기 시작했다. 복직 초반에는 6시에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정신없게하더니, 3개월쯤 지나자 슬슬 피곤에 쩔어서 내가 집을 나서야 하는 7시까지도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그때쯤 와주시는 친정아버지가 아이를 깨워서 달래서 옷을 입혀 보낸다. 처음에는 아침에 꼭 아이와 얼굴을 마주하고 회사 다녀오겠다는 말을 해야한다는 나 스스로의 약속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아침에 나를 못보고(깨기 전에 내가 출근) 갔던 날은 너무너무 찝찝하고 미안함에 걱정이 될 정도였다. '엄마가 항상 말을 하고 나갔었는데'하고 슬퍼하면서 엄마를 계속 찾진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냥 쏙 나온다. 역시 사람의 성격도 결국 현실과 타협하는 것 같다. 그래 한번이 어렵지.
어쨌든 시간은 흘러 내일이면 이제 다시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 아이에게 어린이집에 내일 가야한다고 말했더니 쿨하게 웃으면서 알았다고 한다. 기특한데 또 안쓰럽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다. 안쓰러운 마음은 접어두기로. 안쓰럽게 생각하면 그때부터 안쓰러운 아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냥 또 해맑게 아이에게 어린이집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다행히 입술이 약간 순간 삐죽한거 외에는 즐겁게 생각해주는 것 같다. 아침에 외할아버지가 오시는것도 기다리는 것 같다. 잘때 '하배~하배~~'하면서 잤다. 정말 다행이고 아이에게 너무 고맙다.
나도 또 새해가 되니 이 또 대책없는 희망참이 생긴다. 아마 출근 2분 후 정도 되면 다 없어질 것 같은 이 기운찬 기분. 최대한 오래 갔으면 좋겠다. 오늘 아이와 뒹굴거리면서 자는데 아이가 내 목쪽에 얼굴을 파묻었다. 입술이 닿는 순간 너무 심하게 간지러워서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게 간지러운 정도라 그냥 물건 같았으면 확 떼버릴텐데 사랑스러운 아이니 당연히 확 뗄 생각조차 없었다. 그래도 아이를 살짝 들어올려서 옆으로 놓을 체력과 정신은 있었음에도 그냥 혼이 빠지게 웃어버렸다. 당장 내가 어디 가는것도 아닌데 그 순간이 너무너무 붙잡고 싶을 정도로 행복했기 때문이다. 일주일 어린이집 방학동안 아이와 쭉 있으면서 너무너무 좋았다. 간지러움을 명분삼아 대놓고 눈물나게 웃었다. 너무너무 행복하면 원래 눈물이 나는 것이라고 했다. 아이에게 고맙다고 말하면서 꼭 안고 그냥 그 순간 미친듯이 웃어버렸다.
얼떨결에 이게 새해 첫 포스팅이다. 새해 첫 포스팅이니 파이팅 넘치게 마무리 하고 싶다. 내일 남편과 나도 오랜만에 출근을 해야하고, 아이도 어린이집에 등원한다. 새해를 맞이해서 그래도 조금은 기분이 상큼하니 이 기분을 항상 생각하면서 지내야겠다. 새해를 맞이해 외식도 하고 집에서 떡국도 먹고, 다이소에 가서 개미지름신을 영접해 마스킹테이프와 수첩을(또?) 샀다. 나는 필기구를 살때가 정말 행복하다. 그리고 아이 키재기 벽보랑 숫자 벽보를 샀다. 집에와서 보니 사길 너무너무 잘했다고 생각했다. 시작이 좋다! 파이팅 넘치는 2018년이 되길. 모두모두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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