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는 오늘 1019일이다. 지금 내 최대 관심은 배변훈련이다. 해준건 소변기랑 대변기 준비준비한 것 없고 쉬는 이렇게 하는거다 응가는 이렇게 하는거다 하고 말한 정도다.
아직 응가는 한번도 시도도차 제대로 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응가 마려울 때 재미로 몇번 바지 내리고 앉아서 노는 정도고, 실제로도 응가는 좀 오래 걸리는 편인 것 같다. 주변 사례를 보면. 쉬랑 응가랑 6개월 정도까지 차이난다는 것도 들어봤다. 난 뭐든지 천천히 할 계획이다. 우리 친정엄마도 배변훈련 절대로 억지로 시키지 말라고 항상 강조하셨고, 왠지 모르게 나도 굳이 기저귀 일찍 떼면 왠지 모르게 아쉬울 것 같았다.
이래저래 천천히 흘러가지만 하는 시간. 어린이집 친구들이 슬슬 대소변을 가린다고 한다. 근데 우리 아이는 유독 관심이 없다. 먹기 싫다는 밥 좀 먹인 적은 있어도(요즘엔 안먹이지만) 쉬랑 응가 억지로 뭐라도 해보려고 한적은 단 1도 없다. 그래서 늦는걸까? 주변 아이들에 비해서는 통상적으로 조금 느린 편은 맞다. 요즘 시대에 통상적 으로.
그러다 어제 어린이집에서 산타행사가 있었다. 엄마들이 다 와서 아이들이 산타할아버지랑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아이가 갑자기 나를 휙 돌아보더니 ‘엄마 나 쉬!’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목욕하다가 재미로 쉬한다고 한 적은 많아도, 평소 생활할 때 쉬한다고 표시한 건 처음이다. 나는 너무 기특하고 신이 났다. 애를 들쳐업고 가서 어린이집 아이변기에 딱 세워놨다. 그랬더니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너무 깜짝 놀랐다. 게다가 평소처럼 찔끔도 아니고 정말 소변을 봤다!.
나는 정말 너무 신기했다. 쉬를 한것도 신기한데, 어린이집에 온 엄마한테 멋진 모습 보여주려고 한 것 같았다. 표정에는 자랑스러움이 넘쳤고 쉬를 하고 나를 딱 돌아볼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이가 나한테 이거 보여줄라고 굳이 쉬한다고 말해주고, 멋지게 해낸것같았다. 나는 기분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물론 이래놓고 밤에 화는 조금 냈지만.
엄마라는 존재는 이렇게 힘이든다. 힘이 들어서가 아니라 한 존재에게 이렇게 큰 힘이 되는 사람이라서. 하루하루 커가는게 너무 아쉽고 또 둘째들의 사랑스러움을 내가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큰 존재가 또 되기엔 나는 아직 그릇이 작다. 작지만 그래도 내 아들 하나만큼은 죽을힘을 다해 지켜내야지. 내 그릇 한도 내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줄 것이다. 꼭 경제적인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들의 기쁨이 내 기쁨.
자연의 섭리에 따라 언젠간 서로 헤어질 수 있겠지. 그때까지 나의 존재는 너의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