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공부한다고 말씀드렸다. 선뜻 말하기가 쉽진 않았다.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엄마 옆에서 살면서 나름 공부했을 때 실패한 적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1차 합격은 해놓고 고백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차합격에는 실패하고 회사는 그만둬야겠고 해서 말씀드렸다.
엄마는 깜짝 놀라셨지만 앞으로 비전이 괜찮겠냐고 물어보신다. 나는 예전엔 그걸 애매하게 생각해서 마치 금방 이제 사라질 업계처럼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몇 년이 더 추가될지 모르는 수험기간과 마지막 20대를 갈아넣어, 사라지는 업계에 들어가는게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리석었다.
사회에 나와보니, 직급이 올라가면서 내 확고한 직무가 있어야 했다. 아니면 그냥 시다바리1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더라. 내가 더 크고 조직적인 대기업에 다녔으면 지금과는 또 생각이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아닌것같기도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일단 그렇게 산업이 한순간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고 무너진다 한들 내가 이시대 마지막 감평사가 되면 되는거지 뭐. 하는 생각에까지 다다랐다.(맞다 내가 좀 극단적이다)
그리고 감평업계보다 지금 현직인 미디어 업계가 더 위험하다. 아니, 이렇게 위험한데 오히려 잘 버티고 있다. 세상은 이론적으로 이상향스럽게 흘러가지만은 않고, 법적이고 절차적으로 관행적인게 있기 때문에 일단 얼마간은 내가 내앞길은 헤쳐나가지 않을까 싶다.
오늘 1차합격 발표가 났다. 생각보다 점수가 높게 나왔다. 합격점수에는 살짝 못미치지만. 커뮤니티를 보니 중복답안이 있었는지 극적으로 합격한 분도 있었다. 부럽다. 긍정적인 열폭을 일부러 내 맘속에 지핀다. 너무 안타까운 점수라고는 하나 어쨌든 합격과 불합격이 갈렸다.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그 1년을 가치있게 보내야한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과는 조금 다른 간절함이 생겼다. 그건 확실하다.
남편에게 카톡을 했다. 떨어졌고 조금 아깝다 라는 식으로 말했다. 대뜸 남편이 ‘잘했네, 회사 안다니고 하면 붙겠네’라고 말했다. 울컥했다. 나도 모르게 내가 위축됐고, 막상 퇴사하려니 밑도 끝도 없는 불안감도 생기곤 했는데, 남편이 확실히 믿어주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고마웠다. 믿어주는만큼 그게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제 그럼 부담은 나에게 약이다. 오늘 4월 17일을 다시 또 기억하면서 정신 바짝 차리고 퇴사일까지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일하면서 공부를 짬내서 하려니 요즘 계속 힘든 나날들이었는데 오늘을 기점으로 또 다시 파이팅넘치게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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