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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이라고 하기엔 내 마음은 생각보다 많은 상처를 받았다. 어쨌든 될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결국 안됐을 사람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추진 않을 것이다. 하루 3시간이라는 시간을 긴장감있게 보내고 난 후의 결과는 참혹했고, 내 몸상태는 겉잡을 수 없이 피곤해진 것 같다. 이와중에 그냥 피곤하기만 하다는게 그나마 다행인가 싶다.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안되면, 이 조건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뭘 얻으려면 뭔가를 포기해야한다. 나는 둘 다 얻을만한 그릇과 능력은 안되는 것이다. 이걸 인정해야 했다. '나는 직장 다니면서도 잘 할 수 있다, 나는 해봤으니까 더 잘할 수 있다, 나는 학교 다닐때 공부 잘했으니까 잘 할 수있다' 따위 시험에 1도 도움이 안된다. 과거일 뿐이다. 그냥 스스로에게 주입하는 자기위로같은 것이었을뿐이다. 태세전환이 필요했다.

바로 퇴사를 하려던 내 계획은, 다른 여러가지 애매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6월로 미뤄졌다. 결단을 내릴것처럼 말해놓고, 막상 이 모든걸 놓기에 망설여진다. 3개월 내에 거취를 결정한다. 그 와중에 2차 공부를 바로 시작한다.

3~6월은 두과목만 집중한다. 특히 내가 매번 과락을 맞았던 강의는, 기본강의를 들어야하나 말아야하나 심히 고민했는데 일단은 완전히 처음이라는 자세로 모든걸 다시 배울 것이다. 강사 한 분을 정해서 일단 올해는 고정픽. 처음부터 들으려니 자만이 절대 아니라, 그냥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도 분명 있긴하다. 그래도 다 다시 배울거다. 계산기도 다시 살 것이다. 퇴사할때 기념으로 하나 사야지. 계산기도 비싸니까..

일도 제대로 안하고, 시키는 일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 회사에 6년간 몸담은 내가 학습된 것이다. 회사 탓은 아니지만, 그냥 구조적으로 그렇다. 아이디어를 내면 나만 독박쓰고, 사람은 더이상 지원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의 성과는 윗선의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누군가의 공이 된다. 대리로 승진한지 2년째이나 월급은 물가상승분 빼고는 상승하지 않았다. 더 잘할 이유가 없다. 솔직히 그냥 맘만 먹으면 그냥 루팡하면서 지낼 수도 있겠지. 맨날 까여도 생각보다 이런쪽으로 내 멘탈은 강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있다가는 그 언젠가 구조조정이나 기타 다른 일로 혼자서야할때 절대로 혼자 서지 못한다. 막말로 '퇴직금이 나올때 나가야한다'. 기우이길 바란다. 사실 회사에 고마운게 더 많다. 내 맘 속에서 괜히 정떼려고 그러는건가 청승맞은 생각도 든다.

퇴사하려니 상황을 뻔히 알아서 후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후임도 다 자기 길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다. 언제든 다 나갈 수 있다. 그 와중에 내가 어렵고 힘들어도 이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일을 하는것이다. 나는 없다. 6년을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나같이 무의미한 것을 즐기는 인간도 결국은 존재 이유를 찾는것인가 싶다. 난데없는 자아성찰. 내가 회사를 나가서 '지금'원하는게 이뤄진다 한들 그게 꼭 행복일수는 없다. 다 직업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을 것이고 어떤 길이든 고충이 있다. 그렇다면 또 오히려 어차피 한번 사는거 도전해볼 것은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막 책임감이 넘치고 자아실현 욕구가 강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열심히 하는수밖에는 없지 않겠어? 스트레스 풀 곳이 없는데 이렇게 쓰면 그래도 분풀이 한것같은 느낌이 든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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