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을 호기롭게 증거금으로 넣고 1주를 배당받아 기쁜 주린이 아줌마. 오늘 주식 상장하는 날인데 호가창이 뜨겁다. 따상은 실패했다고 하나 내가 봤을때는 12만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아 아쉽다. 더 먹어야지. 하다가 113000원까지만 지금 본 상태.
이 분위기면 사실 이 정도 시세에서 얼마에 판들 나는 고추마요치킨을 3마리는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욕심이 내제돼 있었다. 못팔았다. 오늘 못 팔 것 같은데? 아까 호가에 123000원 넣고 혼자 두근댔다. 그러다 지금 113000원이니까 이미 나는 5만원 이상을 번 사람이 아니라 123000-113000=10000원 손해본 사람이 돼버렸다. 이게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내 친구가 자사주로 진짜 엄청 대박 수십억 차익을 보고 빠져나왔다고 했다. 굉장히 예전이다. 지금 그 주가라면 수십억을 더 벌었을 것이다. 그때 친구가 이 얘기를 해주면서 더 높게 못 판게 너무 마음이 속상하다고 했었는데 그 마음이 그때는 잘 와닿지가 않았었나보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아 너무 아깝지만, 그래도 몇십억은 확실히 벌었으니 좋겠다 부럽다!' 이정도였다. 하지만 오늘 이 10,000원에도 버림받은 느낌을 받는 이 아줌마 주린이는, 이제 그 친구의 마음을 깊게 이해한다. 그때의 친구의 마음이 뭔지 새발의 피만큼은 그래도 이해가 갈 것 같다. 이래서 돈이 무섭다. 돈을 넣고 한 경험, 돈이 걸린 경험을 하면 친구의 마음도 더욱 깊이 이해할 수있다.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역시 그리고 그 친구는 부럽다 ㅋㅋ 지금도 친한, 20년도 훨씬 넘은 인연이다.
오늘 현대중공업 매도를 걸고나니 매도타이밍 잡기는 예술이라는 말이 뭔지 알겠다. 내가 상한가 최고점에 파는건 운의 영역이고 신의 영역이다. 내 자산을 누군가 사주려면 이 자산의 가치가 지금 현재 시점 너머 더 뭔가가 있어야 하는것이다. 파는 사람은 본인 자신만의 확정된 수익과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을 넘기는 것이고, 갈아탈 종목이 있거나 더 돈이 필요한 상황일때 '더 오를 수 있는 가능성'까지 넘기는 것이다. 그래야 사는 사람도 그걸 보고 그걸 사지. 위에 더 오를 가능성이 있어야 매수자도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꼭대기에 파는건 순전히 운, 보통 어깨에서 팔라고 하는게 이것같다. 그 정도 느낌으로, 팔고 오를 수도 있다는 그 느낌. 만원 잃은(ㅋㅋ) 주린이 아줌마는 벌써 고통스럽다. 심약한 내가 주식을 시작한건 기회일까 판도라의 상자 강제 오픈인걸까 가끔 걱정된다 ㅋㅋㅋ
그래서 내가 팔고 더 오를때는 굳게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같다. 그런 고통스러운 상황을 견뎌낼만한 확고한 투자 원칙을 세워야할 것 같다. 내가 수익 10%는 먹기로 했고 그걸 달성했다! 아니면 그 다음 갈아타야하거나 더더 급한 불을 끄지 않았다면 나락행이다 하는 확고한 원칙. 이 투자로 행여나 손해를 보더라도 그때의 나는 그런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의 나는 그 이전에 세웠던 원칙은 확실히 지켰다. 하는 마음. 그래야 그 투자가 마지막이 아닐 수 있다. 그 원칙대로 더 나아갈 수 있다. 만원에 상처받고 아 이제 주식 안해! 하면 (그럴일은 없겠지만) 안되는 것이다. 그런 마음까지 가지고 복기를 하면서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목표 수익률을 더 높이면 된다. 그럼 기대 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 기대 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찾으려면 기업 공부를 더 해야한다. 시장을 알아야한다. 이런 식으로 확장해가는 것이다. 큰 돈을 굴리는 사람들의 고충이 얼만큼인지 가늠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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