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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배변훈련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한번 해보자고 하셔서 시작됐다. 일생일대의 큰 이벤트를, 엄마인 내가 아니라 선생님과 하게 되니 아이에게 미안하다. 내자식 똥오줌도 어쩔땐 힘든데 선생님들 정말 존경스럽다.

친정엄마가 배변 훈련을 절대로 강압적으로 하지 말라고 해서 나는 정말 느긋했다. 배변 못가리는 성인은 없지 않은가. 그리고 때가 되면 다 한다고들 했다. 그래서 안했는데 어린이집에서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하셔서 어느순간 애가 팬티를 입고 하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날 나도 몰랐고 시터이모도 몰랐기에 언제나처럼 밥먹으면서 응가한다고 하는 아이를 느긋이 봤더랜다. 그러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시터이모가 당황. 그렇게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한번 시작하면 일관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제 항상 변기에 해야한다고 알려줘야한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자다가 일어나서(아직 변기에 쉬하는 확률이 50%정도일때) 나를 깨우면서 '엄마 나 쉬할래' 이러는 것이다. 기저귀에 해도 되는데? 하고 나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그냥 쉬를 하게 했다. 기저귀를 채워놨으니 문제없었지만 다음날 후회했다. 강압은 아니더라도 일관성을 보여줬어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날 퇴근 후 다시 아이에게 강조했다. 어제는 엄마가 너무 졸려서 그랬고, 이제 쉬 마려우면 자다가 어제처럼 엄마 깨우면 된다고 몇번이나 일러뒀다. 그러니 어제 또 이쁘게 알아듣고 새벽에 쉬한다고 엄마를 깨웠다. 나는 새벽 2시까지 동영상 강의를 듣었기 때문에 매우 피곤했지만 매우 감격했다. 우리 아들은 참고로 물 매니아여서 자기 직전까지도 물을 마신다. 자러 들어가서도 3번 정도 물을 마신다. 잘때 쉬마렵기 딱 좋은 컨디션이다. 그래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또 어제는 응가를 어른만큼 하고 변기에 예쁘게 성공했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서 변기에 성공 해본지는 한달정도 됐지만 매번 하려고는 안했고 그냥 체험학습처럼 가끔 해보는 것에 대만족한 상태였다. 그러다 집에와서 바지에 두번정도 똥을 싸보니 본인도 좀 찝찝함을 배운것같다. 어제 퇴근하자마자 자랑을 하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또 감격과 함께 후기를 생생히 들려준 이모에게도(사실 언니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젊으시다) 너무너무 감사했다.

최근 아이가 정신적으로 매우 커버린걸 느낀다. 말의 정교함은 물론이고 자기 주장을 관철시킬 줄도 알고 삐질 줄도 안다. 제대로다. 그리고 배변도 하기 시작했고 말이다. 이제 말장난도 칠 수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인생은 이토록 치열하고 아름다운 것인가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마구 뿜어져나오는 아이의 눈빛을 보면 하루의 피곤이 모두 풀린다. 아이로 인해 내가 또 달릴 수 있고 아이가 아니면 이제 내 삶의 의미는 크게 없다고 생각이 든다. 나하나 부서지면 그걸로 그만이다. 하지만 내가 부서지면 아이는 세상을 잃게 된다. 아이의 세상이 안전하고 행복하려면 내가 행복해야 한다. 오늘도 아이를 위해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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