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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가 있으면 퇴사가 있는 법. 어떻게 퇴사하냐가 관건이다. 이직하여 바로 자리를 옮길수도 있고, 정년퇴직을 할 수도 있다. 나는 처음에 여기서 정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꽤나 만족하고 살았다. 특히 사람들이 좋았다. 욕만 나오는 찌질한 사람도 물론 있긴 하지만 이정도 비율이면 괜찮았다. 같이 일하는 사람도 다 좋았다. 특히 동기들과는 매우 친하게 지내서 첫사회 생활에서의 적적함을 거의 대부분 커버해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조직에 무능한 사람은 많아도 모난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내가 출구작전을 짜야겠다고 결심한건, 내가 나이가 들어서까지 이 조직이 남아있을까 하는 불안감이었다. 무능한 상사라든가 잔업은 약간의 답답함을 자아냈을뿐 생존과는 직결되진 않았다. 하지만 어느순간 하루아침에 말도 안되는 인사 발령이 나는걸 보고, 퇴직자가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냥 여기서 시키는 것만 할 수 있는 반머저리가 돼있었다. 저스트 시다바리. 이직을 결심했다. 그렇게 퇴사작전이 시작됐다.

건강하게 살아나가고 번창해서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회사/업종은 잘 모르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양산업이 아닌게 없는 느낌이다. 또 반대로, 세상이 변화하는 와중에 아직 지켜지고 있는 것들도 꽤 있다. 회사에서 로봇이 기사를 쓴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기자들은 나름 승승장구하고 있다. 자율주행이 된다한들 과연 운전자가 없어질지도 의문이다. 이렇게 쓰는걸 보면 나도 약간 이미 꼰대 혹은 뒤쳐진 사람인것같긴하지만 내 생각은 그러하다. 적어도 우리세대까지는 그럴것같다. 비행기도 자율주행이 이미 다 완성은 됐지만 아직도 기장과 부기장이 운전대를 잡지 않는가.(물론 이륙 후 자동주행모드로 해놓는건 예외다. 이착륙이 제일 중요하니!)

내가 선택한 길은 예전에 한번 포기했던 길이다. 그때는 내가 더 들일지도 모르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사양산업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멍청하게도. 그렇게 운이 좋게 다른 곳으로 취업을 해서 나와보니 다 필요없다. 전문직이 짱이다. 내 전문분야가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도 재무를 한다든지, 인사부서에 있는다든지 이래야지 지금의 나는 그냥 각종 시다바리다. 그러다보니 점점 할 수 있는건 없어지고, 사내 정치에 휩쓸리기 최전방 사원이다. 여기 붙여도, 저기 붙여도 굴려먹기는 좋기 때문이겠다. 대리때가 이직률이 제일 높겠지. 다들 이런 고민을 할 것이다. 사실 딱 적성에 맞고 조직도 좋아서 만족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진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은근 신이 숨겨둔 직장들이 떠오른다)

자 그래서 결론은, 내가 사양산업이라고 멍청하게 판단했든 뭐든, 사회에 나와서 보면 일단 현실적으로 그 산업이 사회 경제적으로 아직은 큰 축을 담당하고 있고, 그렇게 빨리 사양이 되기엔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는 판단이고, 그것에 앞서 직업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이 지금보다는 오조억배 더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전문분야가 있음은 더욱 말할 것도 없고. 지금 내가 이직을 성공해서 애매한 곳으로 가느니,(내 조건과 커리어로는 근거리 직장을 구하기는 힘들다. 애기를 키우면서 다닐 수 있는 곳을 찾아야한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대열을 정비하고 한번 제대로 맞서보련다.

결과가 어떻든 승복한다. 요따위 생각으로 살았기에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열통이 터진다. 될때까지 한다는 불굴의 자세가 필요하다. 개그시도까지는 아니고 갑자기 애기가 가끔 부르던 노래가 생각난다. 나는~나는~ 불도저~~ 그래 불도저 정신으로 나아가자. 난 맨날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그건 좀 힘들것같고'하다가 제일 안전하고 제일 재미없는 판단을 하곤했지. 이제는 그것보다는 더 진취적으로 나아가야지. 열심히 해서 똑같이 생긴 두 남자 맛있는거 많이 먹이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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