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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관심을 잊었다가 언뜻 생각났다. 죠니의 영어교육. 생각을 계획으로 옮기다 보면 원 기획 의도와는 다르게 너무나 거창해지곤 하는데 이게 딱 그랬다. 엄마표 영어를 철저하게 하는 분들의 기록과 경험담을 보면 인간 발달의 중요한 한 축을 연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렇게 꼼꼼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꼼꼼하게 무언가를 하는 것도 잘 못한다. 내가 수험생활을 하고 있는게 기적일 정도다.

그럼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로선 없다. 제일 자연스러운 건 부모 둘 중 한 명이 완벽히 다른 언어를 쓰는 것이다. 그래서 오직 국제 부부만이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울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근데 둘중 한명이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해서 또 아이가 바이링구얼이 되는것도 아니다. 꾸준히 대화하는 언어적인 노력이 없으면 웬만하면 한 언어로 귀결되는 사례가 많아 보였다.

이런 저런 사례들을 들으면서 곰곰히 생각했다. 과연 나는 어느정도로 아이가 영어를 잘했으면 좋겠는가 하고 말이다. 특정 시험에 합격할 정도라든지, 대학강의를 들을 정도라든지 뭔가의 목표가 있다면 그걸 목표로 하면 좋긴 하겠지만 그다지 명확한 목표는 아닌 것 같다. 또한 언어란게 목표점이란게 있던가. 이렇게 주절주절 쓰는 나도 문법이나 맥락이 언어학적으로는 엉망일 텐데. 내가 과연 내가 어느정도의 수준을 원하고, 그 수준을 어느정도 달성했는지를 판단조차 할 수 있을까.

영어 유치원이나 따로 교육을 받은 유아들이 유창하게 영어를 잘하게 되더라도 꾸준히 유지하지 않으면 금방 언어능력이 퇴화한다고 한다. 마치 우리는 영어라는 것을 모든 퍼즐을 딱 짜맞춘 상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여기곤 한 것 같다. 하지만 언어는 완성된 판이라기 보다는 그냥 근육 같은 것이다. 쓰면 쓸수록 발달하고, 쓰지 않으면 심지어 퇴화하는. 그런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내가 죠니를 위해 어느정도, 어느방향으로 노력할 수 있을지. 근육으로 비유하자면, 내가 아이를 어떤 상태의 근육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기 보다, '운동은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생활 속에서 은연중에 심어줄 것이다. 그리고 아침체조라든지 기본적인 스트레칭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운동에 흥미가 생기는 순간 어떤 방식으로 본인만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지 알려줄 것이다. 그래서 본인이 원할때 손쉽게, 빠르게, 효율적으로 근육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그전까지 나는 동기부여 혹은 질리지 않게 하는게 목적이 될 것 같다. 엄마표 영어로 아이를 마치 바이링구얼처럼 키울 기세의 김칫국 한사발을 마셨다가 급 후진을 한 느낌인데 이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때까지 내가 할 일이 생겨서 또 좋다. 내가 영어를 먼저 잘하면 더 좋다. 지금 죠니에게 간단한 생활영어 정도야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도 한가지 목표가 생겼다. 시험공부를 하지 않는 육아시간동안 영어를 같이 공부하는 것이다. 나는 중얼중얼 말하기에 특화된 인간이라 아들과 함께하면 더 재밌을 것 같다. 그 중 나에게 나름 영감을 줬던 유튜버가 아란잉글리쉬의 김아란님이다. 영어에 대한건 둘째치고 영어를 공부하게 한 힘을 확실히 주셨다. 왜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지 그 동기를 가지는게 중요하다는걸 깨달았다. 난 내가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외국인과 대화를 하고 싶은게 아니라, 아이에게 이 세계를 흡수할 수 있는 지식 깔대기(비유가 이상하네)를 선물해주기 위해 사랑과 정성으로 내가 먼저 그 세계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궁극적으로 내가 업무를 확장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도움을 줄 것이다.

 

엄마표 영어 17년 실전노트
국내도서
저자 : 남수진
출판 : 청림Life(청림라이프) 201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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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발달의 수수께끼 - EBS 다큐프라임 화제작
국내도서
저자 : EBS 다큐프라임 [언어발달의 수수께끼] 제작팀
출판 : 지식너머 20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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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를 검색하면서 관심이 가서 읽어봤던 책들 중 두개다. 전자보다 후자에 영향을 받았다 할 수는 있겠지만 꼭 그런것도 아닌게 결국 영어를 알려주고 싶은 엄마맘으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이가 영어를 '재밌고 유용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고, 질리도록 하지 않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믿는다. 재미로, 일상적으로 영어를 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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