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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깜빡임 증상이 조금 있었다. 안과에 갔더니 약간 결막염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원인이 아니고 다른 원인이 있을까봐 전전긍긍했다. 눈을 한번 깜빡일때마다 수천가지의 스토리가 죄책감과 함께 몰려왔다. 공부한다는 이유로, 쉰다는 이유로 티비를 많이 보여줬나 싶지만 솔직히 억울했다. 나에게나 너에게나. 여기저기 알아보고 검색하고 난 결론은 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할때 있을 수 있는 증상이라는 것. 1000명중 993명은 어느순간 사라진다는 것. 이것 또한 훗날 '내가 왜그렇게 슬퍼하고 걱정했나'라고 말할 수 있게 지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뭔가 증상을 자각한 이후로 모든 미디어를 끊었다. 그리고 나의 짜증스러운 태도도 싹 바꿨다. 절실하면 그렇게 되더라. 내 공부의 면죄부일지라도 나는 아이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밤 공부를 끊고 무조건 체력보충을 위해 잤다. 자다가 깨서 엄마 데리고 들어오곤 했는데
행여나 불안함을 느끼는 것일까봐 공부를 더 안하고 그냥 잤다. 안자더라도 옆에 있었다. 오로지 아이만 생각했다. 코로나 집콕으로 이래저래 내가 너무 힘들지만 이것만이 나와 아이를 행복하게 할 한가지의 방향이라고 생각하면 엄청 힘들진않다. 때문에 일주일간 내 공부시간은 제로로 수렴하지만 나는 우선순위가 뭔지 안다. 나는 아이가 중요했다. 혹시나 문제가 될까 나는 눈깜빡임 한번에 속이 몇번이나 찢어지지만 겉으론 티내지 않았고 밤에 아이가 잠들면 눈물이 쏟아졌다.

아이가 너무 발달이 가속도가 붙어 그런건가 싶기도 했다. 아이는 이미 한글은 뗀지 좀 돼서 읽는건 다 읽고 쓰는것도 요즘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를 아침에 적어놓는다. 영어 오지라퍼 아들이다보니 노출이돼서 오늘은 mommy do it again 하기도 하고, 알파벳은 한글보다 먼저 뗐었다. 근데 이건 내가 잘해서가 아니고 유튜브의 힘이다. 그래서 나는 힘들다는 핑계로 아이에게 유튜브를 허락했었다. 근데 그게 미디어증후군처럼 온건 아닐까 심각했다. 아이의 뇌는 각각 맞는 속도가 있는데 거기에 인공적으로 가속도를 밟은건 아닐까? 빠르게 지나가는 화면과 쉴새없이 나오는 소리 속에서 아이는 신나게 그 위에서 춤추는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만큼의 피지컬이 아직 안돼서 몸은 멈추고 뇌는 공회전(?)을 계속 하는 느낌. 뇌는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끊임없이 치고들어오는걸 신나게 받아들이다가 체한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맘이 앞서갔구나, 내가 들떴었구나. 내가 다 잘못이다. 내가 급하구나. 내마음이 불안하구나. 내가 그랬구나. 나를 돌아본다. 이제 아이는 읽고쓰고 말할줄 아는 어엿한 어린이다. 내가 쓰는 특이한 말 하나까지 다 따라하는 아이다. 그 뜻은,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넘어, 이제는 엄마의 심리상태나 태도도 복제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이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자식을 보면 부모가 보인다. 이런 말이 떠오른다. 내가 좀더 안정적인 자세로 삶을 좀더 담담하고 담백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아이를 통해 나를 다시 보게 된다. 결국 그게 아이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였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곧게 잘 살아간다면 아이가 설령 지금 불안해서 그러다가도 금세 나아질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중심이 있으면 아이가 그 중심을 봐줄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나를 좀 더 챙겨야겠다. 우선순위는 아이지만 아이를 위해선 내 삶도 챙겨야한다. 엄마의 삶은 보람차고 책임감이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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