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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언어 정리부터 하자면 ESL은 English as a Second Language다. 두번째 언어로서 영어를 뜻하고 이건 모국어 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이와 약간 다른 개념으로 EFL이 있다. 이는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배우는건 EFL일 것이고 영어를 최대한 노출시키고, 생활 속에 영어를 매우 많이 사용할 수 있는 영어유치원이나 혹은 국제커플의 아이 정도가 ESL의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느날 문득 아이의 수다를 잘 들어보다가 이 아이가 하는 말이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고, 그걸 전제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ESL환경으로 키우는건 확실하게 불리하고 거의 불가능하다는걸 느끼게됐다. 나처럼 특별히 영어유치원에 보낼 생각이 없거나 영어를 쓰는 가족이 없는 경우에 말이다. 아이의 말로 시작된 내 생각은 좀 더 가지치기를 하고 발전해나갔다. 6세를 맞이해 뭐라도 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에 큰 영향이 있었다. 아래에서 아이의 말을 복기하면서 내 생각을 적어봤다.


[아이는 말을 듣다 깨우친 언어 습득 원리]

아들은 나를 닮아 말이 많다. 그게 꽤 나에게 유용하게 다가왔다. 이 작은 아이가 조잘조잘 하는 말을 들어보면 아이들이 어떻게 언어를 습득하는지 매우 신기하고 나름 명확하게 다가온다. 아이는 책을 많이 안읽는다. 나도 읽어주지 않는다. 한글을 생각보다 빨리 떼서 책을 읽을때 글자를 자꾸 볼까봐 일부러 보여주지 않았다면 좀 오만일 수도 있는데 사실 그 이유보다는 애도 별로 안좋아하고 나도 앉아서 읽어주는게 꽤 힘들었다. 책을 읽어주기 싫은게 아니다. 그냥 내가 시험공부 및 스트레스로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었다. 차라리 그냥 커피 한잔 타서, 드라이브하고 공원에가서 뛰어노는걸 선택했다. 아무튼 아이는 책으로 한국어를 터득한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러면 어떻게 터득했냐. 아이가 조잘조잘 계속 내게 말을 해줬다. 일단 처음에 집이나 티비나 책에서 '마을'이라는 글자를 봤다고 가정하자. 그럼 나에게 뜻을 물어본다. 엄마 마을이 뭐야? 그러면 내가 엄청 열심히 예를들어 설명해준다. 그럼 아이가 잘 알아듣는 듯 보인다. 그러고서 며칠 후 혹은 몆달 후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아파트 이름아래 oo마을 이라는 글자를 우연히 발견한다. 그리곤 나를 신나게 부르면서 엄마 저기 저거 마을이라고 써있네? 그게 그 마을이지?하고 내가 설명한걸 다 설명한다. 나는 엄청 신나고 오버스럽게 맞다고 맞장구를 쳐준다. 이런식이다. 아이는 그냥 무심코 이것저것 나에게 물어보면서 사전적 의미를 획득한다. 그걸 며칠, 몇달에 걸쳐서 세상 그 날 것 속에서 여기저기 그 단어를 관찰하고 발견한다. 아마 새로운 동에 갈때마다 마을이라는 글자를 볼 것이다. 시계열(?)적으로, 병합적으로 이 과정이 막 뒤섞이고 엉키면서 계속 수없이 '아이 스스로의 확인작업'이 반복된다. 이건 단순하고 성실한 반복이라기 보다 숙성, 마치 음식이 발효되어 꽤 다른 상태로 익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언어는 익힌다는게 설마 익는 것(?좀 오바 인정)
'이 단어가 이럴때 쓰는구나, 이 단어가 이 간판에도 쓰이는구나, 이 가게는 이런 가게던데 이 단어가 있네? 오 그럼 이 가게는 그걸 파는 가게인가?' 내가 확인해줄때도 있지만 그보다 확실히 혼자 보고 되새기는것도 분명 많다. 아이는 글을 다 읽을 줄 아는데 혼자 중얼중얼 대는걸 들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몇번 겪고 나서 아이는 나에게 '엄마 그거 내가 알아 내가 저번에 티비에서 그거 봤는데 저기도 써있더라? 아마 거긴 그런걸 파는 곳 같아' 이 과정은 온 세상이 한국어로 뒤덮여있어서 가능하다. 언어는 약속이다. 내가 특정 뜻으로 쓰는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같은 뜻으로 그 단어를 써서 아이가 그걸 이해하고 나에게 설명했는데 내가 찰떡같이 이해를 했을때 아이가 이 언어라는 규칙을 온전히 흡수하는게 아닐까 싶다. 단지 책상에서, 티비에서, 책에서, 엄마의 말 속에서 오래 듣고 반복해서 규칙을 아는 데서 그치면 부족하다. 반드시 그 규칙의 열쇠로 세상에서 스스로 그 규칙을 생각해내고 활용해서 자신이 원하는걸 얻은 경험이 바로 언어습득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 열쇠로 옆에있는 그 누구든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그 궁금증이 바로바로 해결돼야 된다고생각한다. 순간적인 다량의 피드백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은 언어학적 말도 아니고 나는 언어학과도 아니고 육아교육과도 아니다. 그냥 아이가 자주 저런식으로 말을하고, 차 뒤에 앉아서도 종알종알 얘기를 해줘서 나도 아이디어처럼 문득 떠오른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선 ESL이 힘들다고 결론]

영어도 얼마전에 똑같은 과정을 겪었다. sky라는 단어를 내가 색종이로 알려줬다. 그건 하늘색이야 sky 했던 적이 있던 것 같다. 그리고 한참 아니 며칠 있다가 티비에서 장난감이 나오고 스카이트랙 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아이는 그 스카이가 그 스카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일단 발음만 가지고 혼자 "스카이..스카이??"하더니 "엄마! 스카이 그때 말한거 스카이랑 똑같은거 아니야?"하고 물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영어도 중간중간 진짜 신기하게도 잘 찾아내서 나에게 말해줄때 재밌다. 공부로서보다 무슨 보물찾기하듯 재밌다. 그리고 이 사례를 보면서 나는 엉뚱하게도, 아까 한글과 달리 역시 영어는 외국어로서의 영어밖에는 할 수가 없다는 결론이 나버렸다. 일단 내가 항상 옆에서 순간적인 대량의 피드백을 못해줄 가능성도 많다. 밖은 거의 한국어가 도배돼있다. 한국어라면 슬쩍 보기만 해도 눈에 쏙쏙 들어와서 한창 다 읽고 놀텐데 영어는 특정 공간이나 특정인을 만나야만 환경에 노출된다. 한국어 환경에서 한국어가 단순히 '많다'가 아니라 한국어로는 지나가던 할머니랑도 얘기하고, 지나가든 간판에서 단어복습이 되는 상황인 상태다.
이는 곧 반대로 생각해서, 한국에서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려면 완벽한 영어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환경을 완벽히 하려면 결국 부모 중 한명이 외국인이거나 수많은 시간을 영어학교에서 보내야한다. 다만 영어학교에서도 어쩌면 선생님과 학생이라는 단편적 스타일의 피드백만 있게된다. 따라서 (100프로 내 주관적 의견은) 한국에선 자연스런 영어환경을 조성하기엔 힘들다. 심지어 부모가 한명이 영어권 나라 사람이라고 가정해도 마찬가지다. 그 아이는 집이라는 공간에서는 무제한적이고 자연스런 언어를 배우겠지만 외출을 하는 등의 특정 상황에서는 한국어가 우선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혼혈아의 경우 양쪽 언어를 완벽히 구사하는 바이링구얼이 생각보다 흔하지가 않다고 해서 놀랐다. 아이가 바이링구얼이라면 반드시 부모들이 인위적으로 엄청난 노력을 들인것이라고 한다. 그냥 자연스럽게 놔두면 학교에서 배우는 언어로 따라갈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고 하는걸 들었다. 재미교포들의 흔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다. 부모세대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데 자녀세대는 영어만 써서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간에도 깊은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런걸 들으면 정말 바이링구얼이나 또 더 많은 언어를 쓰는 사람은 정말 많은 노력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언어교육을 하기로 결정했는가]

그래서 나는 오히려, 아등바등 하면서 미련만 가지고 순간을 놓쳐버리는 선택을 하지 않기로 했다. '영어를 가르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아이가 이 영어단어를 알면 좋지 않을까'하는 미련있는 마음으로 괜히 자연스러운 대화에 굳이 영어단어를 슬쩍 끼워넣는 짓을 안하겠다는 뜻이다. 내가 영어가 좋아서 신나게 떠들어도 되고, 아이 발음이 귀여워서 해보라고 시켜도 되고 다 된다. 다만 아이가 이걸 기억하고, 발화를 해줬으면 하는 기대를 아예 놓아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는 어차피 지금 영어를 모국어로서 배우는 환경이 아니다. 이도저도 아닌 환경에서 엄마가 굳이 신경써서 좀 가르칠 순 있겠다. 다만 그렇게 가르친건 익히는 것이 아니고(아이가 그 뜻을 나 없이 완전히 외부에서 확인하고 활용할 길이 없다고 판단) 그냥 '기억'을 하는 것인데 5살때 이 과정으로의 기억이 3달이 걸린다면, 아이가 좀 커서 하면 열흘이면 가능하다. 그 수준의 영어는 지금 적기도 아니고, 해봤자 금방 까먹는 기억의 수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엄마표영어에 관심이 많지만 발화에 집착하지 말고, 너무 인풋에도 공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인풋이 많은것 자체는 좋지만, 엄마는 인간인지라 가성비를 또지지 않을 수가 없다. 엄마표영어로 밤을 지새워, 체력을 불태워 영어책을 읽어주면 기대를 안하려고해도 안할수가 없다. 그러다 보면 자꾸 아이를 재촉하게 된다. 순전히 아이와 엄마가 즐거운 언어공부가 돼야한다.
한국에서 ESL환경으로 가르치는건 매우 희귀한 경우거나 매우 제한적인 조건이 있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들다. EFL로서의 영어로 생각하고 접근하는게 맘편하다. 아예 수능영어를 위해서로 정해놓는 경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온전한 영어환경이 아닌 상태에서 아이가 영어를 익히게 하기 위해선 어린아이에게 수많은 돈, 수많은 시간, 수많은 체력을 갈아넣어야 하는것이고 그에 비해 얻는건 너무 작은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더 커서 하면 순식간에 해낼 수 있다. 그리고 그때 아이가 좀 더 탄력을 받는다면 스스로 ESL환경에 버금가는 환경을 찾을 수 이고 언어에 재능과 열의가 있을때 스트레스 없이 자발적으로 원어민수준의 능력발휘가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결론은, 내가 놓인 이 환경을 파악하고 이해해서 아이를 이끌어야한다는 것이다.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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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칭 '엄마표영어'의 그 뭔가 체계적인 것은 안하고(못하고) 있지만 끈은 놓지 않고 있다. 그러다 문득 실패기가 궁금했다. 생존자편향이 생각난 것이다. 성공기가 아니라 실패기를 잘 봐야한다. 왜 실패했고, 어떤 실패를 했고, 어떤 문제가 따라올 수 있는지(가령, 고학년이 되어 영어를 거부한다든지) 이런 점을 유의해야한다. 실패기는 잘 드러나지 않기에, 용기내서 말해준 선배엄마들의 주옥같은 조언을 적극 흡수할 요량이다. (그러나 실패기는 생각보다 많지가 않았다.)

그런데 <엄마표 영어 성공기 or 실패기>라는 주제에선 특이한 지점이 있다. 그 목표가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다. 누군가의 목표는 외고 진학, 누군가의 목표는 수능만점, 누군가의 목표는 일상대화다. 엄마들마다 다르다. 각각의 목표치에 따라 실패냐 아니냐가 갈린다.(성공이냐 실패냐 결국 엄마가 판단하고 공표하는거니까) 엄마표 영어 실패기라고 나온 글이라고 해도 잘 보면 아이가 영어를 엄청 잘하는데 외고만 못갔거나 하는 케이스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건 실패인가 안실패인가.

아직 뭘 많이 연구한건 아니지만, '끝 지점을 생각해보자'가 머릿속에 남았다. 영어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목표하는 지점에 다다를 때까지 지속가능한지가 일단 중요하고, 그 목표가 아이의 인생에 가치 있는 일이 될지가 또 중요했다. 아이를 위해 하는 것인데 막상 아이가 스트레스 받거나 원하지 않거나 필요하지 않을수도 있다. 통상 말하는 엄마표영어를 하려면 언어적 머리가 어느정도 뒷받침 돼야 하는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결론은, 아이를 이해하고 자신에 대해 공부하는게 더 우선순위가 된다. 실패기 중 많은 케이스는 아이가 영어를 싫어하게 되는 것 같다. 질려버린다고들 한다. 아마 이 이유때문에 많은 분들이 책 선택에 고심을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읽을 수만 있다면 책을 확실히 매력적인 학습수단이니까.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를 관찰해보고 아이가 영어를 즐겁게 여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에서 내 역할이 형성되는게 아닐까.

난 책이나 문자 관련 문제는 7세 전후로 나누는걸 좋아한다. 각종 주장에도 불구하고 뇌과학이 팩트가 제일 강력하니 말이다. 7세 이전의 아이들은 독서 행위가 어른과는 차원이 다른행위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특수 영재 제외) 문자를 식별하고, 음성으로 읽어내고, 읽어내는 글자의 뜻을 떠올리고, 그 뜻이 가리키는 의미와 그 의미들을 이전 기억이나 지식 속에 버무려 또다른 뭔가를 떠올리거나 하는 일련의 행위가 독서다. 이 과정은 7세 이하의 어린이들은 할 수 없다. 영어도 당연히 마찬가지가아닐까? 이를 고려해 내 엄마표영어의 지향점과 목표점을 정해봤다.

일단 7세 이전까지는 영어라는 세계가 있다는걸 인지시킨다. 그리고 영어를 낯설지 않을 정도로 친숙하게 만든다. 매우 간단한 일상 회화 혹은 그냥 내가 말하는 내용을 알아듣고 대답 정도는 할 수 있는 상태까지 되면 더할나위 없겠다. 그리고 7세~8세엔 한글을 기준으로 독서를 점점 늘려나겠다. 5대5로 할 수 없으니 중점은 일단 한글이다. 이때쯤은 외국인 친구를 사귀게 해주고 싶기도하다.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것을 구체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 뇌를 닮았다면 충분히 다 커서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일단 7세까지 목표를 정하니 그 뒤는 잘 모르겠네. 7세까지라도 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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