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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럽지 않은 순간이 과연 있긴 할까 싶지만 유난히 사랑스러운 순간이 있다. 일상의 행복이 그러하듯 그 순간들도 꽤나 사소하다.
가끔 자다가 방구를 뀐다. 아들은 자다가도 몇번 일어나는데 그럴때는 물을 찾는다. 물을 먹이면 또 다시 잘 잔다. 뒤척이길래 또 깨는 건가 싶어 긴장했는데 그 순간 뽀오오옹뽕뽕 하고 방귀 소리가 들린다. 너도 뱃속이 부글부글하구나. 요즘은 또 방구를 끼면 엉덩이에 손을 대고 빠앙 했다고 알려준다. 사랑스럽다.
잘때는 같이 누워서 좀 놀다가 10분정도 지나면 '엄마잘게 잘자~'하고 자는척에 돌입한다. 그러면 나랑 놀고 싶어서 옆에서 옴마 옴마 하다가 볼에 뽀뽀를 쪽 한다. 요즘은 입술을 쭉 내밀고 볼에 뽀뽀를 하는바람에 촉촉하다. 그 느낌이 너무 좋다. 뽀뽀를 해주면 나는 모르는척을 할 수 없어서 우리아들 예쁘다고 복숭아같은 동그란 얼굴을 양손으로 잡는다. 아이의 입장에서 결론은 뻔하다. '뽀뽀하면 엄마가 일어난다'. 오늘도 뽀뽀를 받았다.
요즘은 내가 사진찍는 행위를 하는것에 대해 이해를 하는 것 같다. '저기 가서 서봐~'를 이해한다. 가서 포즈까지 취한다. 웃으라고 하면 씨익 개구지게 웃는다. 얼굴 근육을 다 쓰고 있는것 같은 만개한 웃음을 보면 너무 행복하다. 춤을 춰달라고 하면 엉덩이를 씰룩씰룩해주고 같이 추자고 하면 손잡고 호키포키 노래에 맞춰 방방 뛰듯이 통통 튄다.
말을 시켜보려고 자꾸 이것저것 물어본다. 지금은 열심히 말을 시키고 있지만 언젠가 왜라는 질문이 시작되면 나도 대화를 피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려나 모르겠다. 선배맘들의 얘기는 다 뼈가되고 살이되기때문에 어떻게 헤쳐나갈지 미리 각오함과 동시에 지금은 내가 계속 말을 걸고있다. 이건뭐야? 하면 아는건 자신있게 대답하고 모르는건 모울러 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아들은 사과와 배와 귤과 딸기를 좋아한다. 여느 아이들과 비슷하다. 발음은 어색하지만 그게 사랑스럽다. 나중에 발음이 좋아지면 못듣게될 발음들. 아과, 빼, 뚤, 할기. 그러고보면 내가 사랑스러워한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지도 모르는것들이 많다. 사라질것 같아서 더욱 아끼고 싶을 것일수도 있다. 사람 마음이란게 참 묘하네.
아이가 기억을 못하는 이 시기, 행복으로 가득채워주고 싶다. 워킹맘이라 절대적인 시간은 부족하겠지만 질만큼은 패기있게 꾸려나가려고 한다. 요즘은 특히 나에게 껌딱지처럼 붙어있다. 엄마가 더욱 좋은가보다. 자기 밥먹을때는 식탁의자에서 잘 먹다가 내가 밥먹을때는 내품에 안긴단다. 예전에는 이건이래야하고 저건저래야해 라는 막연한 기준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 잘때 자는척하는것 밖에는. 안아달라면 안아주고 안겨있겠다면 안고다닌다.
나도 예전엔 우리엄마한테 그런 존재였겠지.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었는데 나를 낳고 사랑하게 됐다는 엄마의 말이 항상 생각난다. 엄마가 해주시는 한마디 한마디가 나는 뇌리에 많이 남는다. 그리고 기억이 나지 않는 어렸을때도 사진을 보면 신기하게 따뜻한 기억이난다. 엄마가 나를 꼭 안고 있는 사진, 아빠가 나를 겉싸개로 잘 싸매고 놀러가서 찍은 사진. 기억이 나진 않아도 그런 사진들을 보면 마음이 좋다. 아들도 그런 느낌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나 자체를 사랑해주는것도 물론 당연히 좋고, '엄마아빠' 라는 존재자체가 생각만해도 따뜻하길. 그 힘으로 긍정적으로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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