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드디어 미쳤나보다. 문제풀면 눈물이 난다. 잘 풀어서 말고 해설보고 푸는건데.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 한 같은 느낌인데. 중간중간 아이생각도 잊지않는다. 요즘 내가 잔소리를 많이해 항상 미안하다. 삶이란.
모르겠다. 꾸준히 모르겠는것도 신기하다. 중학생때 공부했던 기억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때는 절대량이 많지 않아 나는 거의 책을 통째로 외웠다. 그러다 고등학교에서 절대량이 늘어나면서 위기가 왔다. 그 뒤론 항상 위기다.
그 어느 1퍼센트 지점을 모르겠는것이다. 99도의 물과 100도의 물 그 차이를. 1차는 99도로도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2차는 반드시 그 1도를 넘어야 한다. 객관식 문제를 풀고 풀리고 틀리고 하면서 계속 2차가 생각났던 걸까. 무의식중에. 나는 왜 이걸 모를까. 왜 나는 모를까. 왜 생각이 안날까.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생각을 못해내는걸까. 자기비하도 자기연민도 아닌 그냥 답답함 한 끄적임.
평소엔 아무렇지 않았을 인스타그램 피드들도 웬일인지 서글픈느낌이 들었다. 나말고는 다 즐거워보이는걸. 근데 이 감정은 필시 그 유명한 수험생의자기연민이다. 난 밥충이 식충이 밥먹고 답 틀리는것밖에 못하는 그런 존재. 그런 생각이 자꾸 들고 이와중에 인생문제가 너무 이것저것 끝이 없는느낌
그럴때마다 조용히 생각한다. 지금 이렇게 공부할수있음에 감사하고 별탈없이 보내서 감사하다는 걸. 나는 그 어떤때보다 잘 하고 있다. 안되면 안되는건데 일단 할때까지해보고 말하자.
오늘도 일상가사 등으로 낮시간은 집중못하고 모의고사 풀고 멘탈나갔다. 아이를 하원시키고 티비앞에 앉아서 티비,아이수다와 함께 공부를한다. 식탁에서 공부하면 엄마 여기와서 공부해~~~손흥민 골!!!!!엄마 엉덩이탐정틀어줘 라고 말해줘. 엄마 쉬하러 같이가자. 이게 되는건지 안되는건지 몰라도 잠은 안오는구나.
식탁에서 새벽에 공부를 한다. 일찍 일어나지 못해 늦게 잔다. 늦은새벽부터 아침까지 하는 것이다. 작년엔 아들이 좀 더 어려서 많이 울었다. 워킹맘으로서 퇴근하고 와서 씻고 놀아주고 재우면 거의 11시는 됐고 한시간정도 재운다. (잘때 오래 걸리는 편. 지금도) 그렇게 겨우 재우고 나와 한두시간 공부하면 잘 한 일상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아들이 중간중간 깨서 엄청 울었었다.
1년이 지났다. 이사를 왔는데 구조가 똑같다. 식탁에서 공부를 하고 바로 앞이 안방문이다. 이제 그는 울지 않는다. 나와서 나를 부른다. '엄마...'하고 문 열고 긴말도 안한다. 첨엔 깜짝 놀랐다. 문이 스르륵 열리길래 강의 듣다 식겁. 근데 우리 아들이 쓱 나오는 것이다. ㅋㅋ 그래서 첨엔 엄마 화장실다녀왔어 하고 안심시키다가 하도 걸려서 그냥 엄마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아들은 옆에 엄마를 두고 잔다. 어제는 3번 불려갔다. 작년보다 쏘 젠틀 시츄에이션이긴하나 난감하다.
강의 하나만 더 듣고 남편 출근하기 전에 방에 들어가야겠다. 맘같아선 그냥 쭉 깨있는게 나을것같지만 남편이 잠에서 깨서 안방으로 나와서 나를 보고 식겁할것같아서 미안하다. 남편 알람 울리기 전에 들어가야지.
피로보단 눈이 빡빡한게 힘들다. 인공눈물 두 통이 다 유통기한이 지났다. 처방받아 사는게 싸서 안과를 가야하지만 지금은 그냥 병원은 피하고 싶다. 몇천원 더 내고 그냥 약국가서 내일 사야지.
마스크로 무장하고 노트북 반드시 해결하고 와야겠다. 오랜만에 하는 차량 등하원도 조심히 잘 다녀와야지. 그리고 도서관 사물함에 가서 필기도구 좀더 가져오고 수험표도 뽑아와야겠다. 컴퓨터실가서 조심하면서 프린트 할거 다 해야지.
다시 일상을 재개하며 바로 일단 시험모드로 돌입한다. 노트북에 물 쏟아서 오늘 인강은 망한김에 생각을 고쳐먹었다. 내용 다 다지고 가면 기출 못푼다. 그러나 중요성을 따지면 기출이다. 그러므로 일단 기출부터 한다. 그래서 기출 시작했다.
아직 관계법은 진도 자체를 안나갔고 경제는 미시경제 문풀까지, 거시 및 국제 경제는 문풀 아직이며 회계는 구멍이 나있고 원가회계도 거의 듬성듬성이다. 이걸 기출로 채워야한다고 본다. 모든걸 다 짚고 넘어갈 시간이 없다. 선택의 순간. 고른다면 기출이다. 내 선택이 좋은 선택이 되길.
마음이 매우 불안하다. 명랑하게 공부를 하다가 1차 시작 시점을 잘못잡았나. 시작 후 계속 연말연휴 설연휴 독감연휴 코로나연휴 공부할 시간도 없고 쉴 시간도 없었다.
나는 요 며칠째 새벽에 공부를 하고 있다. 아이를 재우고 10-11시 사이에 공부를 시작한다. 아이를 재우다가 같이 잠들어버리기 일쑤였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좀 달라지긴했다. 잠들었다 해도 늦어도 11시쯤에는 깨긴한다. 뇌가 마치, 짓눌려 있다가 펴지는 라텍스같이 찌푸둥하게 느껴진다. 무조건 일어나야 한다. 한 문제라도 보자.
새벽 4시까지하다가 새벽 5시까지하다가 이번 주말엔 남편 믿고 6시까지 했다. 공부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우면 미쳤는지 졸리지도 않는다. 억지로(?) 누워 해가 뜰때 잠이드는것같다. 아이가 일어나는지도 몰랐다. 평일에는 나를 깨워주지만 주말이니 아빠랑 나가서 밥먹은것같다.
그렇게 오늘은 낮 12시쯤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식구들 점심을 만들었다. 간편채소를 사서 요리를 해도 오래걸린다. 코로나 휴가 기간이라 다 만들어먹게돼서 점심과 저녁을 먹고보니 설거지는 산처럼 쌓였다. 그와중에 애랑 놀아주고 샤워도 시키고 책도 조금이라도 본다. 나름 치열해보이지만 실제로 오늘 머리에 들어온건 재무회계 앞부분 유형 4개정도다. 효율은 떨어지고 체력은 바닥나고 정신도 너덜너덜하다.
그나마 애를일찍 재우려고 하다보니 애를 들들 볶는다. 빨리자자 소리를 오천번 하는것같다. 아이한테 미안하다. 미안한 만큼 더 집중해야하거늘 이렇게 버리는 시간이 안생길 수가 없다. 마음은 어디 둘 곳이 없이 초조하게 붕떠있다. 아직 완벽히 끝냈다고 할만한 과목도 딱히 없는것같고 작년 불합격의 기억이 뇌리를 스치면 갑자기 공부가 싫어진다.
하지만 어쩌랴. 꼭 필요한 과정이다. 2차합격 목표인데 여기서 이렇게 쫄아버리면 아예 안해야지. 내 머리가 이렇게 안좋았는지 몰랐고 그저 예전기억으로만 될것같았는데 모든건 바뀌었고 내 상황은 매우 안좋다. 며칠 더 새벽공부를 이어가고 어서 시험 전에는 시험볼때의 컨디션을 만들어야지.
무서움은 안보이는 데서 시작한다. 불안함이 있다면 한번 글로 써보라는 한 공신의 조언이 떠오른다. 노트에 써내려가면서 공부계획을 나눠본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 체계적으로 계획을 짠적이 있나 싶다. 작년까지만 해도 목표가 앞서서 내가 2시간에 할 수 있는 공부량을 몰랐던 것같다. 하지만 올해 그나마 발전한게 있다면 내능력을 고려해 조금 더 현실적인 계획을 짤 수 있다는 것이다. 3일전부터 투두리스트를 쫙쫙 긋게됐다. 애초에 현실적인 계획을 짜니까 그런 것이다.
나는 분명 발전했다. 퇴사도 했다. 하지만 그게 시험합격을 보장하는게 절대 아니다. 그리고 시험을 보기로 맘먹고 퇴사한 순간부터 이런 심리적인 싸움에서 무너지지만 말자고 스스로 약속했다. 시험을 보기 전 불어닥치는 극도의 불안감이 나를 시험비최적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 같지만 나는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게 아니다. 하고 싶었고 해야할일을 할 것이니까 해쳐 나가야한다. 글을 쭉 쓰니까 조금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 시험적으로 해피엔딩을 맞이하여 이 글들이 추억의 글이 될수있게 최선을 다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