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제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ㅋㅋㅋㅋ예쁘고 정갈하고 이런걸 떠나 가독성이 6세한테 밀리다니. ㅋㅋ 이것 말고 잔뜩 써놨는데 대부분 내 글씨는 날림글씨고 아들은 줄이 안맞아서 그렇지 또박또박 잘 써놨다. 나는 글씨를 잘 써야하는 상황인데 글씨 가독성이 최악이라 요즘 고민이 깊다. 핸드폰 때문에 손목터널증후군이 온것같기도 하다. 손목핑계까지...
내가 뭔가를 할때 수십번을 불러대서 이미 내 마음이 예민한데, 장난치다 꽝 넘어지는 소리가 나서 내가 너무 놀라서 좀 욱했다. 다치는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그리고 엄마 자꾸 부르지 말고 여기있어! 하고 하던 일을 하러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놀란것같았지만 내 스타일을 정확히 알고 있고 또 본인이 잘못한걸 알고있는 눈치였다. 울지 도 않고 찡찡대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있었다. 보던 티비를 봤다. 나는 방에서 하던 일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방으로 들어와서 "엄마 내가 미안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어"하고 짠.
공부는 이미 손을 놨다. 시험일정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2차 공부는 그야말로 대수선을 해야하는데 깨짝대다 오히려 박살날 구조고, 1차라도 잘 유지해야하건만 나는 정신력만 소진하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유지하던 새벽공부로 체력이 급격히 과도하게 추하게 소진됐고 아이가 눈깜빡임이 시작된 이후로 나는 공부고 뭐고 아이와의 시간을 최우선으로 뒀다. 아이와 말도 많이하고 안아주기도 많이하고 놀아주고 같이시간보내고 사랑한다고 아무리 많이해도 최근 내 상태가 진짜 안좋았던 것 같다. 퇴직하고 보는 첫 시험이었고 코로나로 예민했다. 8년전 시험 전날도 집안 분위기 개판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세상 예민보스 최종보스. 그런 내가 애를 키우며 공부하며 코로나로 종일육아를 견뎌야했기에 내 멘탈은 이런 데서 무너졌다.
그래도 실행력과 추진력은 좋다고 본다. 모든걸 바꿨다. 우선순위를 바꾸고 제일 큰 원칙을 바꾸면 세세한건 알아서 바뀐다. 아이와 놀면서 공부하겠다는 말도안되는 욕심을 버리니 내가 더 편하다. 포기와 비슷하지만 포기하진 않았기에 좀 묘하게 다른 느낌이다. 뭘 해도 아이와 함께하고 멘탈만큼 약한 두부체력으로 할 수 있는건 꾸역꾸역 몸뚱이를 이끌고 아이를 태우고 드라이브 쓰루를 즐기는 것. 시간도 잘 가고 운전할때만큼은 내시간이라 좋고, 맥도날드 아이스커피 하나로도 행복하다. 마스크를 하고 킥보드를 가지고 핫도그 하나 테이크아웃해서 들어와서 그걸 잘라주고 주스를 갖다준다. 그러면 아이가 신나게 말하면서 먹는다. 그리고 내일 또 가자고 한다. 그런 일상이다. 감사하다.
아이의 증상은 평소엔 거의 없고 뭔가 긴장될때 깜빡임이 있다. 그리고 핸드폰을볼때 그런다. 근데 내가 안구건조가 심해서 요즘 그런 증상이 있다. 나를 따라하는건가?. 결막염 약은 다 넣었다. 마치 긴장될때(나쁜 긴장만을 뜻하지 않는다) 머리가 막 팽팽 돌아가는데 가만히 있긴 뻘쭘해서 뭔가 계속 돌리는 느낌같다. 크게 문제될건 없지만 내가 그냥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어서 볼때마다 안쓰럽다. 그리고 또 사랑이 느껴진다. 지켜줘야하는 내 아이다. 아이와의 과도한 동기화가 내 삶과 정신건강을 갉아먹는대도 나는 그러할 마땅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 사랑이 더 크다.
어린이집에 안가기에 이런 일상이 반복된다. 베이블레이드, 개구리팡팡, 메모리게임, 알파벳놀이, 글씨낙서, 엄마한테 몰래 쪽지쓰기, 농구, 축구, 킥보드, 책읽기 요즘의 감사한 일상.
정복기라는 말을 쓸 정도로 나에겐 혼돈의 카오스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드라이브 쓰루. 이제는 잘 한다. 우리 동네만.
코로나로 집콕한지 한달이 훨씬 넘었을 무렵, 스벅이든 뭐든 커피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와 함께 있으니 매장은 안된다. 결국 스타벅스 드라이브쓰루였다.
생각보다 길이 엄청 좁지 않고 굳이 기쁨이 훨씬 크다. 해보니 큰 일은 아니었다. 맥도날드에서 감자튀김 시키는 재미도 쏠쏠했다. 아이와 드라이브라도 하니 기분도 좋았다. 운전을 하게 되면서 능력치가 상승한것같아 기분이 좋다. 아직 정해진 길만 갈 수 있고, 먼곳은 갈 수 없지만 언젠간 아이와 훌쩍 바다라도 보고 올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좋을것같다.
눈깜빡임 증상이 조금 있었다. 안과에 갔더니 약간 결막염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원인이 아니고 다른 원인이 있을까봐 전전긍긍했다. 눈을 한번 깜빡일때마다 수천가지의 스토리가 죄책감과 함께 몰려왔다. 공부한다는 이유로, 쉰다는 이유로 티비를 많이 보여줬나 싶지만 솔직히 억울했다. 나에게나 너에게나. 여기저기 알아보고 검색하고 난 결론은 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할때 있을 수 있는 증상이라는 것. 1000명중 993명은 어느순간 사라진다는 것. 이것 또한 훗날 '내가 왜그렇게 슬퍼하고 걱정했나'라고 말할 수 있게 지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뭔가 증상을 자각한 이후로 모든 미디어를 끊었다. 그리고 나의 짜증스러운 태도도 싹 바꿨다. 절실하면 그렇게 되더라. 내 공부의 면죄부일지라도 나는 아이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밤 공부를 끊고 무조건 체력보충을 위해 잤다. 자다가 깨서 엄마 데리고 들어오곤 했는데 행여나 불안함을 느끼는 것일까봐 공부를 더 안하고 그냥 잤다. 안자더라도 옆에 있었다. 오로지 아이만 생각했다. 코로나 집콕으로 이래저래 내가 너무 힘들지만 이것만이 나와 아이를 행복하게 할 한가지의 방향이라고 생각하면 엄청 힘들진않다. 때문에 일주일간 내 공부시간은 제로로 수렴하지만 나는 우선순위가 뭔지 안다. 나는 아이가 중요했다. 혹시나 문제가 될까 나는 눈깜빡임 한번에 속이 몇번이나 찢어지지만 겉으론 티내지 않았고 밤에 아이가 잠들면 눈물이 쏟아졌다.
아이가 너무 발달이 가속도가 붙어 그런건가 싶기도 했다. 아이는 이미 한글은 뗀지 좀 돼서 읽는건 다 읽고 쓰는것도 요즘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를 아침에 적어놓는다. 영어 오지라퍼 아들이다보니 노출이돼서 오늘은 mommy do it again 하기도 하고, 알파벳은 한글보다 먼저 뗐었다. 근데 이건 내가 잘해서가 아니고 유튜브의 힘이다. 그래서 나는 힘들다는 핑계로 아이에게 유튜브를 허락했었다. 근데 그게 미디어증후군처럼 온건 아닐까 심각했다. 아이의 뇌는 각각 맞는 속도가 있는데 거기에 인공적으로 가속도를 밟은건 아닐까? 빠르게 지나가는 화면과 쉴새없이 나오는 소리 속에서 아이는 신나게 그 위에서 춤추는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만큼의 피지컬이 아직 안돼서 몸은 멈추고 뇌는 공회전(?)을 계속 하는 느낌. 뇌는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끊임없이 치고들어오는걸 신나게 받아들이다가 체한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맘이 앞서갔구나, 내가 들떴었구나. 내가 다 잘못이다. 내가 급하구나. 내마음이 불안하구나. 내가 그랬구나. 나를 돌아본다. 이제 아이는 읽고쓰고 말할줄 아는 어엿한 어린이다. 내가 쓰는 특이한 말 하나까지 다 따라하는 아이다. 그 뜻은,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넘어, 이제는 엄마의 심리상태나 태도도 복제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이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자식을 보면 부모가 보인다. 이런 말이 떠오른다. 내가 좀더 안정적인 자세로 삶을 좀더 담담하고 담백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아이를 통해 나를 다시 보게 된다. 결국 그게 아이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였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곧게 잘 살아간다면 아이가 설령 지금 불안해서 그러다가도 금세 나아질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중심이 있으면 아이가 그 중심을 봐줄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나를 좀 더 챙겨야겠다. 우선순위는 아이지만 아이를 위해선 내 삶도 챙겨야한다. 엄마의 삶은 보람차고 책임감이 막중하다.
노부영은 그냥 일반명사겠지? 마더구스 등등 좋아하는걸 잘 부르는 편이다. 자차로 등원하면서 노래를 틀어줬었다. 엄청 좋아한다. 그리고 겨울왕국을 좋아한다. 요즘은 안나를 따라한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on도 좋아한다. 브링더페인오예~ 하는걸 따라한다. 이게 바로 우리집의 비체계 엄마표영어다. 그냥 아무거나 하고 있다. 내일부터는 영상을 찍어보든지 좀 뭔가 계획적으로 놀이의 하나로 만들어볼까.
아들이랑 둘이 놀라고 영상을 찍어보자고 한 적이 있다. 인사만 대본을 짰다. 매우매우 짧게. "하이 에브리원 아임죠니 아임파이브".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흘러 오늘 잘때, 아이가 요걸 아까 갑자기 했다. 자기 싫어서 자기 직전에 완전 재롱잔치 수준으로 재롱을 뽐내기에 오늘도 갑자기 터진 영어소개에 애미는 기뻐서 박장대소를 했다. 애미의 반응을 좋아하는 아들. 그런데 자꾸 하'인'에브리원 이라고 해서 하'이'에브리원이라고 바꿨다가 잘 안돼서 내일하자고 했더니 서럽게 운다. 엄마가 못했다고 한다고 서럽게 운다. 나는 영어발음이고 뭐고 대충해도 다 잘했다고 하는데 오늘따라 교정해줬더니 속상한가부다. 너무 미안해서 꼭 안아줬다. 너무 사랑스러웠다. 하인 에브리원이라고 해도돼. 하고 말해줬다.
잠이오는이야기라는 책을 보고 너무 예뻐서 사고 싶었다. 그리고 까먹었다. 언제나처럼. 그런데 마침 내가 수험용 책을 사려고하는데 이 책이 행사도서로 돼있어서 사은품을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알라딘에서. 그래서 바로 주문했다. 오랜만에 새 책을 보니 아이가 좋아했다.
일단 딱 봐도 책이 귀엽다. 그림도 너무 예쁘다. 잠을 안자려고 하는 아이에게 잠이 오는 과정을 예쁘게 알려줄 수 있다. 엄마는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잠이 드는데 아이는 잠을 자기 싫어하고 잠이 안오는 상황에서, 잠이 신발을 신고 가방을 메고(꿈을 가득담아) 천천히 오는 내용이다. 너무 예쁘다.
아들이 글씨를 잘 읽고 숫자 세는 것을 좋아해서 생각보다 차분하게 읽지는 못했다. 일단 저렇게 뭔가 수가 많으면 다 세고 가야해서 엄마 잠깐만 이거 별이 몇개일까 하나 둘 셋...하다보면 왠지 엄마는 조급하다. 그리고 글씨를 다 읽고 가야한다. 또박또박 읽으면 너무 귀엽지만 왠지 동화책 읽어주는 시간이 아니라 갑자기 한글학당 분위기. 갑분공부. 그래도 아이는 다 보고 느낀다. 잠을 보고 뽀뽀도 해준다. 예쁘다고 안아준다. 그리고 왠지 어제는 진짜 5분만에 잔 것 같다. 처음 읽은 날이다.
오늘도 잘때 읽어달라고 했다. 예쁘고 다행이었다. 한번 읽고 안읽는다고 하면 어쩌나 했다. 매일매일 자기 전에 읽어주고 싶을만큼 그림이 예쁘고, 내용도 딱이고, 금방 읽을 수 있는 엄마취향저격 동화책. 예쁘다 강추.
코로나가 걱정돼서 어린이집에 안보내면 보육료 지원을 못받을까 걱정됐다. 왜냐면 11일인가 하는 기본 출석일을 채우지 못하면 보육료지원이 안되기 때문이다.(어린이집 보육료 자비로 내야) 다만 코로나 사태로 특별조건에 따라 '코로나 감염 우려로 등원하지 않을때 원에 통보하면 출석인정' 된다고 한다. 따라서 코로나 걱정으로 아이를 원에 보내지 않을때는 어린이집에 그대로 알리면 된다.
나도 2월은 거의 못보냈다. 가정 어린이집 마지막 소중한 한달 마지막 일주일의 추억을 날려먹었다. 분하다. 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