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으로의 600일 그리고 제3의 인생을 준비한지 약 120일, 사실 워킹맘으로서의 600일이라는 사실은 생각보다 막 성취감이 있거나 하진 않았다. 해냈다는 것 보다는 겨우 잘 버텼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최근엔 어린이집과 이사 관련해서 큰 결정을 하고나니 후련함보다는 그 다음 산이 더 거대하게 느껴진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무겁게 다가온다. 그 선택은 나의 인생만을 좌지우지하지 않고 내가 책임져야하는 한 아이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언젠가부터 무료새해운세를 검색한다. 내 힘으로만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체감하고 부터는 심리적인 안정이라도 얻게 그런 사이트를 좋아한다. 초록 검색창에서도 이맘때쯤은 검색에 나온다. 아이와 전투를 하고 잠시 바닥에 드러누워 아무소리도 안나는 공기를 느껴본다. 햇빛이 들어오고 방바닥이 따뜻하다. 이게 행복이구나 싶다가, 예전에 이짓거리(?)만 하고 살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또 전투가 행복하게 느껴진다. 종이한창 차이로 달라진다. 평소에는 이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순간적으로 긍정적인 마인드가 금방 세팅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또 동전의 양면과 같지. 그 언제라도 뒤집으면 다시 불행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아무래도 잠이 부족하고 체력이 딸리면 자꾸 그 판을 뒤집게 되는 것 같다.
이런저런 넋두리를 했다. 2019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다. 이뤄질지 안 이뤄질지는 저적으로 내 손에 달렸다. 자꾸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스트레스 해소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어제도 공부는 안하고 잠만 못자고 스트레스만 받는 시간을 보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스트레스 받을 그 시간에 한 단원을 끝냈을 것 같다. 그래도 결국 또 이렇게 글이라도 써서 스트레스를 좀 풀어본다.
이와중에 새해 인사발령이 또 스트레스풀하다. 칼퇴가 불가능한 구조인 곳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내 기분이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아이를 제 시간에 마주하기 위해서는 칼퇴가 필수다. 그냥 깔끔하게 찍힐 예정이다. 올해 2019년은 제대로 픽 당하는 걸로. 나는 어차피 이 직장에서 욕심이 없기 때문에 찍히는 삶을 택하겠다. 하지만 이런 마음에도 불편함은 여전하다. 지금 팀장은 다른건 몰라도 휴가사용, 출퇴근 지적질은 거의 없는 편이었다. 일이 지저분하고 불만 투성이였지만 워라밸은 좋았다. 그래서 사실 내가 출퇴근 왕복 3시간반이라도 버틴 것이다. 그것은 팩트다. 그런데 그 최소 선이 무너지면 내 선택은 퇴직뿐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합법적인것이다. 아무튼 이런 부서에서조차 6시 땡하고 나올 때 약간 불편함이 있긴 있었는데(다른 직원들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놓고 눈치주는 부서에서의 칼퇴는 나 같은 소심러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회는 아직 멀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일을 도저히 못끝내서 타의적인 자의로 야근을 하게 할 것이 아니라, 6시까지 끝날 만큼의 과업을 수행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내 부서에는 매출은 늘어나는데 사람은 2명이 줄었다. 어떻게든 버티면 어떻게든 굴러가는 줄 안다. 그게 문제다. 나만 이상한 나라에서 사는것같이 느껴지다가도 대부분의 회사 리뷰가 다 이러니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인것같다. 이런 사회에서 나는 살아야한다. 그러면 어차피 그럴거면 내가 더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내가 내 시간을 조금이라도 조절할 수 있고 내가 좀더 일을 할 때 수월하게 하고 성취감이 있을만한 전문적인 분야가 있기를 바란다. 지금 직장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또 다시 내 선택을 합리화하고 자뻑(?)아닌 자축하며, 흐트러진 기운을 다시 붙잡아 배수진을 친 마음으로 새해 열정을 불사질러야겠다.
쓰다보니 워킹맘으로서의 얘기를 빠트렸네. 이사갈 집을 계약했다. 옆단지다. 그런데 어린이집은 그대로 다니기로 했다. 적응력이 빠른 아이들도 어린이집을 바꾸는건 매우 힘든 일이라고 하는데 우리 아들은 적응력인지 뭔지는 몰라도 환경변화에 극히 예민하다. 하원도우미도 바꿔야하는 상황에 어린이집까지 바꾸는건 안되겠다는 판단이 서는 순간, 집 계약을 완료했다. 발등에 떨어진 불끄기 식이다. 많은 선택지 중에서 확고한 우선순위가 있으면 결정이 좀 쉽다. 이번 이동의 목적은 집이 너무 작은것에 대한 개선, 그리고 그와중에 어린이집을 변경하지 않아야하므로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횡설수설 쓰다보니 내가쓰고도 좋은 생각인것같다. 인생의 선택이 백지기준으로 하면 뭐든 아쉬움만 남을 것 같다. 가지 못한 길에대한 후회도 너무 클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은 이미 벌어진 일 다음에 벌어질 일에 대한 커버라고 생각하니 아이러니하게 선택이 편해져버린다. 어린이집의 결정같은 문제다. 도대체 다음 단지로 어디를 가야할지, 이 단지는 이게 좋고 저 단지는 저게좋고 고민만 한달을 넘게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어린이집이 1순위였다. 그렇게 결정되는 순간 단지를 정해버렸다. 내가 이직을 하려는 이유도 똑같다. 첫 취업이야 뭐든 간절했고 내가 어디서 살게될지(자취를 할지 말지) 이런것도 다 열려있는 결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쏟아부은 자본과 시간이 있고 아이가 있다. 그 다음의 선택은 이에 맞춰서 하는 것이다. 선택의 폭이 좁아져서 슬프기도 하면서 좋기도 하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살다보면 나도 어느새 우리 엄마아빠 나이가 돼있겠지.
아이는 이제 4살이 됐다. 긴장된다. 나는 4살때정도부터 기억이 있다. 이제부터는 아들도 성인이 될때까지 남을 수 있는 기억을 만들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책임이 막중하다. 그리고 또 기대된다. 이제 내 아이와 기억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멋지고 성공한 엄마는 모르겠고, 행복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